로스쿨들이 2025년부터 ‘로스쿨입학자격시험(LSAT)’ 점수를 신입생 선발 과정에서 의무적으로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 로스쿨 신입생 선발 기준을 결정할 권한이 있는 미국변호사협회(ABA)가 법조계의 다양성 증진을 위해 이 같은 조치를 시행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ABA는 이날 내부 위원회의 투표를 통해 이같이 결정했다. 다만 개별 학교가 자체 판단에 따라 LSAT 점수를 사용하는 것은 계속 허용된다.
LSAT 점수는 로스쿨 지원자의 논리력과 추론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사용됐다.
문제는 LSAT 성적으로만 로스쿨 신입생을 선발할 경우 법조계에서 소수인종과 여성, 저소득층 출신 등 다양성 부족 현상을 타개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로스쿨 교수들의 모임인 법학교육협회(CLEA)는 LSAT이 좁은 의미에서 입학생의 학업능력을 예측하는 도구로 사용될 수 있지만, 법조인으로서의 성공 여부까지 예측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LSAT을 입학 사정에서 제외하면 법조계의 다양성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다만 로스쿨 학장들은 LSAT 대신 대학 학점 등으로 신입생을 선발할 경우 예측하지 못했던 다른 문제점이 불거질 수 있다면서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LSAT 의무화 폐지로 로스쿨 입학의 불투명성이 제고될 경우 오히려 부유층 자녀들이 유리해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크리스틴 티스-알바레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 버클리) 로스쿨 입학담당 부학장은 “LSAT 점수를 보지 않는다면 입학 사정에서 다른 편견들이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신입생의 불균형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미국 대학가에서는 입학 사정 시 LSAT 외에도 다양한 입학 자격시험을 반영하지 않는 학교들이 늘고 있다.
미국의 명문사학 하버드대는 대학입학자격시험(SAT)과 대학입학학력고사(ACT) 점수 대신 고등학교의 각종 기록 등으로 신입생을 선발하고 있다.
하버드대는 지난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자 방역 문제로 시험 응시가 어려워졌다는 이유로 지원자의 시험 성적 제출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최악의 상황을 넘긴 지난해부터 SAT와 ACT 점수를 반영하지 않는 입학 사정 시스템을 4년간 더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버드대의 결정은 시험 점수가 없어도 우수한 학생을 선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