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마루에 걸 터 앉아 녹아드는 하루가 아쉬워 소리 없이 석양은 어둠을 끌어당기고 거리의 가로등 기지개 켜면 차가운 공기 방울 어둠을 뿌리네 은근슬쩍 고개 내민 겨울바람 들이고 갈 곳 잃은 가을바람 잔잔한 호수 위에서 물놀이 즐길 때 출렁이는 은빛 물결 쏟아지는 달빛을 모으고 물젖은 하얀 도포 자락 퍼덕이며 다가온 오리떼들 자맥질로 부어오른 발가락 달래며 살포시 내려앉은 어두움 베개 삼아 잠을 청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