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켐프-워커’ 아닌 ‘켐프-워녹’에 투표
“이젠 풋볼처럼 정치도 중앙무대 설 때”
남부에서 가장 치열했던 선거전에서 재선에 도전, 승리한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와 라파엘 워녹 연방 상원의원의 지명도가 높아지면서 전국구 스타로 떠오르고 있다.
두 사람은 정당보다는 전국적인 관심 속에 치러진 선거에서 정당에 몰표를 주기 보다는 후보의 인물 됨됨이를 중시하는 중도층 유권자의 지지를 받으며 승리한 점이 공통점이다.
켐프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배제하고, 전국적인 지명도를 가진 민주당의 강력한 후보인 스테이시 에이브럼스를 큰 표차로 물리쳤다. 워녹은 조지아 선출직 공직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전멸한 가운데 워커를 누르고 따낸 승리여서 더욱 조명을 받았다.
공화당의 전략가 브라이언 로빈슨은 “지난 반세기 동안 조지아는 지미 카터와 뉴트 깅그리치 외에 전국적인 정치 지도자를 배출하지 못했다”며 “이제는 대학 풋볼처럼 정치도 중앙무대에 설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반면 내이선 프라이스 노스캐롤라이나대학 교수(정치학)는 “트럼프에 눌리지 않는 보수적 개혁가”라는 켐프의 호소만으로는 켐프의 입지가 확고하다고 볼 수 없다. 2024년 출마를 겨냥한다면 전국적인 정치 전략가와 전문가들의 엄격한 검증이 이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켐프가 넘어야 할 첫번째 산은 트럼프다. 트럼프는 재선 실패의 책임을 켐프에게 돌리고, 데이비드 퍼듀 전 상원의원을 켐프 대항마로 내세우는 등 대립각을 세웠으나 켐프는 성공적인 입법활동으로 지지층을 확보, 경선에서 퍼듀를 제쳤고, 스테이시 에이브럼스도 따돌렸다.
테드 크루즈 선거참모였던 닉 타일러는 “공화당이 전직 대통령에서 떠오르는 주지사에 눈길을 돌리고 있으며 켐프도 그 중의 한 명”이라고 평가했다. 켐프 주지사는 그러나 2024년 출마에 대해선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워녹 의원의 행보도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테면, 그가 공약한 연방 투표권 개선문제, 인슐린 상한선을 메디케어 수혜자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 등과 관련, 초당적인 합의를 이끌어낼 지 여부가 관심사다. 척 슈머 민주당 원내대표는 워녹을 일컬어 “위대한 미래를 가진 특별한 사람”이라고 추켜세웠다.
틀에 박힌 정파적 선거판에서 벗어나 중도층으로부터 지지를 끌어내는 데 성공한 점도 켐프와 워녹, 두 정치인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요인 중 하나. 중간선거에서 켐프를 지지했던 20여만명의 유권자가 연방상원 선거에서는 같은 공화당 후보인 워커를 찍지 않았다. 상당한 표가 워녹 후보에게 간 것이다. 당파를 떠나 인물을 보고 선택한다는 유권자들의 표심이 명확했고, 이들 두 사람은 그걸 읽었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8년 전 민주당 주지사 후보로 출마했던 제이슨 카터는 “ 두 사람은 유권자를 공유한 게 아니라 분열 정치를 책동하는 트럼프에 대한 경멸을 공유했다”고 지적했다.
김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