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은 14일 인플레이션 진정을 확신하기 전까지 금리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내년에는 물가상승률이 저절로 상당폭 내려갈 것이라는 희망적인 관측이 시장에 팽배하지만, 파월 의장은 서비스 인플레이션의 고착화 우려를 근거로 낙관론을 경계하기도 했다.
파월 의장은 올해 마지막인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물가상승률이 2% 목표치를 향해 지속적으로 내려간다고 위원회가 확신할 때까지는 금리인하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견에서도 “역사적 경험은 너무 이르게 통화정책을 완화하지 말라고 경고한다”는 말을 반복하며 조기 피벗(통화정책 방향 전환) 기대감을 경계한 파월 의장은 지난 10월과 11월 물가상승률 둔화 발표에 대해서도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그는 “반가운 (물가상승률) 감축”이라고 표현하면서도 “물가상승률이 지속적인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고 확신하려면 상당히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파월 의장은 “오늘 우리가 아직 충분히 제약적인 (통화)정책 스탠스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 오늘 우리의 판단”이라며 연준이 내년에도 더욱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펼칠 것임을 예고했다.
파월 의장은 “우리는 임무가 끝날 때까지 그대로 하던 일을 계속할 것”이라면서 “아직 갈 길이 좀 더 남았다”고 강조했다. “갈 길이 멀다”는 기존 언급보다 수위는 낮아졌지만, 물가 안정을 위해 할 일이 더 있다는 큰 틀의 의미는 달라지지 않은 셈이다.
이러한 파월 의장의 회견 발언은 최근 물가상승세 둔화를 근거로 연준이 내년 중 예상보다 일찍 금리인하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란 투자자들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은 내용이다.
회견 전 발표된 점도표(FOMC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취합한 지표)에서도 연준은 내년 최종금리 수준을 5.00~5.25%(중간값 예상치 5.1%)로 높이면서 2024년 전까지는 금리인하가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예상보다 매파(통화긴축 선호)적인 파월 의장의 어조는 여러 부문에서 물가가 시장 기대만큼 빠르게 내려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파월 의장은 “서비스 물가상승률은 (상품 물가상승률만큼) 빠르게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면서 “그래서 우리가 금리를 더 높게 올려야 할지 모른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비스 물가에 큰 영향을 주는 노동시장이 “여전히 매우 과열돼 있다”고 파월 의장은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