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합병에 독과점 지위
소비자 피해 우려 목소리 높아
대한항공이 오는 4월부터 시행하는 상용 고객 우대 프로그램 스카이패스 마일리지 개편에 대한 미주 한인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또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합병에 따른 독점 폐해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해지는 상황이다.
이번 개편이 미주에서 논란이 되는 것은 마일리지 공제 기준이 현재 지역별에서 거리별로 변경되면서 좌석 승급이나 보너스 항공권 발급에 현행보다 적게는 14%에서 많게는 68%까지 더 차감되며 미국 내에서도 서부와 동부노선에 따라 공제 마일리지가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도 시행을 앞두고 주요 매체는 물론 온라인상에서 대한항공 마일리지 개편이 비즈니스석, 일등석, 단거리 노선에 유리하고 일반석, 장거리 노선은 불리해진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마일리지 가치가 하락했다며 온라인상에서는 네티즌들이 이번 개편이 ‘개악’이라고 성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비즈니스, 일등석 이용 시 마일리지 적립률을 상향 조정했으며 우수회원에게 노선에 따라 추가 엘리트 마일을 제공하는 등 글로벌 기준에 맞춘 개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개편안이 향후 탑승 시 적용되는 것일 뿐 지금까지 적립해온 마일리지를 사용하는 기존 고객들의 입장에서는 득보다 실이 더 많아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캘리포니아주 빅토빌 인근에 거주하는 C씨는 “지금까지 8만 마일리지로 왕복 좌석 승급을 받아 한국을 오갔는데 조만간 11만 마일로 3만 마일이나 더 요구한다니 눈 뜨고 코 베인 것 같다. 동부에서는 4만5000마일이 추가된다는데 LA 인근에 거주하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토로했다.
어바인에 사는 P씨는 “한국에는 마일리지로 리조트나 영화관 공연도 볼 수 있는 데 반해서 미주 한인들은 좌석 등급 외에는 마일리지 사용처가 딱히 없는 데도 마일리지 혜택을 축소하는 건 대기업의 적절하지 않은 처사”라고 지적했다.
LA한인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안 그래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될 경우 항공권 가격 인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미주 한인들에게 불리한 마일리지 혜택 축소로 독점업체의 갑질이 시작되는 것이 아니냐는 예측도 나온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대한항공은 중저가 하이브리드 항공사 에어프레미아LA 취항으로 독과점 굴레를 벗을 수 있겠지만, 여객 운송 규모나 취항지 수를 볼 때 경쟁업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대한항공 마일리지 개편으로 합병 후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 보유자들의 혜택도 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한인들 다수가 마일리지 적립을 위해 스카이패스 비자카드를 이용하고 있는 점도 이번 마일리지 개편 충격이 남다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US뱅크가 발급하는 스카이패스 비자카드는 대한항공 항공권을 비롯해 주유소, 전기차 충전, 호텔비 등 적격한 구매 1달러당 2마일씩 적립되며 그 외에는 1달러당 1마일이 적립된다.
미션비에호에서 자영업을 하는 K씨는 “가족이 한번 모국 방문하려면 항공권 비용 부담이 크다. 그래서 보너스 항공권에 필요한 마일리지 적립을 위해 매년 95달러 회비를 내면서 스카이패스 비자카드를 이용하고 있다. 개편되면 왕복 일반석은 1만 마일, 비즈니스석은 3만5000마일이 더 필요하다니 결국 1만 달러, 3만5000달러를 더 지출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아닌가”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LA지사 박낙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