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매달 월세를 내고 집이나 방을 빌리는 것을 보고 ‘사글세’라고 부른다. 원래는 ‘삭월세’(朔月貰)가 맞는 표기법이지만, 대다수 사람이 그냥 편하게 ‘사글세’라고 발음하는 바람에 ‘사글세’가 표준말이 되었다고 한다. 한국에서 사글세로 빌린 집에서 살고 는 어떤 사람이 있다고 하면 대개 그 사람은 형편이 굉장히 어려운 사람일 것으로 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전세 돈’을 낼 목돈이 없는 사람이라고 관습적으로 짐작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전셋집에 사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형편이 조금 나은 사람으로 취급된다. 미국에서는 ‘전세’라는 개념이 전혀 없다. 그러다 보니, 남의 집에 사는 사람은 모두 ‘사글세’로 빌린 집에 사는 셈이다. 미국에서 사글세 집에 사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꼭 형편이 어려운 사람인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그런데 집을 빌려주는 사람과 집을 빌려 사는 사람 사이에는 책임 소재의 문제가 생기는 예가 가끔 있다. ‘사글세’ 집에 살면서 생길 수 있는 책임 소재의 문제에 관해 알아보자.
‘주인장’ 씨는 몇 년 전 살던 집을 두고 새로운 집을 사서 이사를 했다. 다시 말해, 살던 집을 아는 사람인 ‘전세한’ 씨에게 빌려주었다. 근래에 집 렌트 가격이 좋아서, 집을 세를 놓으면 한 달마다 꼬박꼬박 엑스트라 소득이 생겨 참 좋았다. 평소에 아는 사람에게 빌려주는 것이라서 렌트 계약서만 간단히 작성하고 빌려주었다. 그런데 얼마 전 세 들어 사는 ‘전세한’ 씨가 아이가 집에서 다쳤다며 ‘전세로 준’ 씨에게 치료비를 대라고 연락이 왔다. 이유는 ‘전세한’ 씨의 아이가 이 층 계단에서 아래층까지 굴러서 많이 다쳤다는 것이다.
세입자가 사는 집에서 본인의 아이가 다친 것에 대해 집주인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고 ‘주인장’ 씨는 생각하고, 그럴 수는 없다고 일단 대답했다. 그러자 집을 빌린 ‘전세한’ 씨는 집주인이 갖고 있는 보험에 클레임을 청구하면 보상을 받을 수 있는데 왜 그러냐고 따진다. ‘전세한’ 씨가 보험 얘기를 하니까, ‘주인장’ 씨도 얼른 명확한 판단을 하기가 어려웠다. 일단 보험회사에 물어보는 수 밖에 없겠다고 ‘주인장’ 씨는 생각했다.
위와 같은 사고가 자주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집을 세 놓은 사람이 점차 많아지는 추세인 것을 보면, 앞으로 이런 사고들이 나지 말라는 법은 없을 것이다. 위의 예에서는 ‘전세한’ 씨의 아이가 다친 것에 대해 ‘주인장’ 씨의 보험으로부터 보상을 받을 확률이 거의 없다. 세들어 살고 있는 사람이나 가족이 다치는 것은 대체로 보상되지 않는다. 다만, 집 주인의 과실, 태만, 관리 소홀 등과 같이 집 주인이 잘못한 것이 명백한 때에는 세 들어 사는 사람이 보상을 받을 수는 있다. 예를 들어, 샤워 시설이 있는 곳의 유리 벽에 금이 가 있어 세 들어 있는 사람이 집 주인에게 수리를 요청을 했는데도 고쳐 주지 않았다던가, 아래 층으로 내려가는 난간이 부러져 고쳐달라고 집 주인에게 요청을 했는데도 고쳐 주지 않아 생긴 사고는 보상될 충분한 이유가 된다.
참고로, 집을 남에게 빌려 줄 때는 아는 사람에게 빌려준다고 하더라도 부동산 전문가를 통해 절차를 제대로 밟아 두는 것이 좋다. 집을 빌려주는 측과 빌려 받는 측은 집안의 세세한 사항을 서로 확인하고 서류로 남겨 두는 것이 나중에 쓸데없는 잡음이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지름길이다. 예를 들어, 계단의 난간에 하자가 없다는 것을 서로 확인하고 서명한 것이므로 집을 빌려주는 측이 나중에 계단이 부서져서 생긴 사고에 대해서는 책임질 필요가 없게 된다. 또한, 빌려준 집에 관한 관리에 관해 부동산 전문가를 이용하는 사람도 많다. 세 든 사람(Tenant)의 요구에 일일이 대응하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 처리하는 데 전문가가 훨씬 유능하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집을 세놓으면 엑스트라로 생기는 수입도 짭짤하지만, 그에 따른 불편과 수고도 만만찮을 때가 있으므로 꼼꼼히 미리 잘 챙겨 놓은 것이 상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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