멤피스에서 경찰이 교통단속 중 흑인을 마구 때려 살해한 사건으로 공분이 높은 가운데, 이번엔 플로리다 경찰이 아무런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노숙인을 외딴곳으로 끌고가 폭행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30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플로리다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검찰은 하이얼리아 경찰서 소속 전직 경찰인 라파엘 오타노(27)와 로렌초 오필라(22)를 무장 납치 및 폭행 등 혐의로 기소했다. 오필라에게는 직권 남용 혐의도 적용됐다.
두 경찰은 지난달 17일 오후 5시께 하이얼리아에 있는 한 빵집에서 소란이 일어났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이들은 당시 빵집에서 노숙인 호세 오르테가 구티에레스(50)를 발견했고, 그가 이렇다 할 범죄를 저질렀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음에도 그를 연행해 경찰차에 태웠다.
검찰은 “구티에레스는 위험한 면이 전혀 없는 사람이다”라면서 그가 해당 빵집을 비롯한 일부 상점에 귀찮은 존재였을지언정, 범죄를 저지른 적은 없다고 지적했다.
오타노와 오필라는 구티에레스에게 술에 취해 난동을 부렸다고 몰아붙이면서 그를 감옥으로 보낼 것처럼 협박한 뒤 그를 인근의 으슥한 숲으로 데려가 피투성이가 될 때까지 구타했다.
구티에레스는 경찰 조사에서 “나는 수갑이 채워진 채로 이들 경찰관에게 얻어맞고 바닥으로 내팽개쳐졌다”고 진술했다.
그가 잠시 기절했다가 온몸에 피투성이가 된 채 깨어나자 두 경찰은 자취를 감춘 뒤였다.
구티에레스는 처음 사건이 시작된 빵집으로 홀로 되돌아갔고, 그곳에서 다른 경찰관에게 발견돼 도움을 받았다.
오타노와 오필라는 쿠티에레스를 숲으로 데려가 구타할 당시 이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고 보디캠도 켜지 않았으나, 이들이 몰았던 경찰차에 설치된 위치정보 시스템(GPS)이 범죄 사실을 드러내는 증거가 됐다.
두 경관은 하이얼리아 경찰서에서 해고됐으며 현재 구금돼 있다. 이들에게는 추후 최대 종신형까지 선고될 수 있다고 WP는 전했다.
원본프리뷰검찰은 “이번 사건은 경찰의 권력 남용과 과도한 권력을 보여주는 한 사례”라고 비판했다.
미국에서는 경찰이 저지르는 폭력 행위가 고질적 사회 문제로 꼽힌다.
이달 7일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경찰이 귀가 중이던 흑인 남성 타이어 니컬스(29)를 난폭운전 혐의로 불러세운 뒤 집단 구타해 숨지게 하는 일이 벌어졌다.
통계 기관 ‘경찰 폭력 지도'(MPV·Mapping Police Violence)는 지난해 미국 내 경찰 폭력으로 사망한 사람이 총 1천186명으로 집계됐다면서, 이는 10년 내 가장 높은 수치라고 30일 발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