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들이 흑인 운전자를 집단구타해 숨지게 하는 등 경찰 폭력 사건이 빈발하면서 경찰관이 출동시 착용하는 보디캠을 인공지능(AI)을 통해 자동으로 분석하는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30일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보디캠 분석 플랫폼 기업 트룰레오(Truleo)를 통해 소속 경찰관의 보디캠에 촬영된 영상을 분석하는 경찰서가 소수이지만 늘어나는 추세다.
미국 경찰은 과도한 무력사용 등 부적절한 행위를 감시하기 위해 경관들에게 보디캠을 착용시킨다.
문제는 소속 경찰관들의 보디캠에 찍힌 내용을 일일이 들여다보고 문제가 되는 언행이 있는지 찾아내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이다.
트룰레오의 앤서니 타소네 최고경영자(CEO)는 “보디캠 영상 대부분은 민원이 제기되거나 명백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분석되지 않는다”면서 “(보디캠이란) 하드웨어를 갖추는 것만으로는 더 나은 감시가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AI를 이용하면 보디캠 영상에서 경찰관의 언행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거의 실시간으로 집어낼 수 있어 그런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된다고 타소네 CEO는 강조했다.
예컨대 경찰관이 비속어나 인종차별, 모욕, 위협 등을 하거나 부적절한 폭력을 행사할 경우 AI가 불과 몇 시간 내에 해당 경찰관의 상급자에 관련 사실을 통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멤피스에서 경찰관들에 폭행당한 흑인 운전자를 살피는 구급대원의 모습이 찍힌 보디캠 영상. 로이터 연합뉴스자료사진.
시민이 경찰관의 체포 과정에서 질식사한 조지 플로이드 사건 때처럼 ‘숨을 쉴 수 없다’고 호소하거나 ‘아프다’고 말하는 등의 모습이 찍힐 경우에도 즉각적으로 검토해야 할 사항으로 상관에 전달된다.
반대로 시민이 지시에 불응하는 상황에서도 경찰관이 평정심을 잃지 않고 전문성 있는 모습을 보일 경우에는 이를 칭찬하는 내용이 담긴 이메일을 직속상관에게 보내게 된다고 악시오스는 덧붙였다.
트룰레오는 1년6개월 전부터 해당 플랫폼을 운영해 왔으며, 현재 워싱턴주 시애틀 경찰국과 캘리포니아주의 10여개 경찰관서가 이 플랫폼에 가입해 소속 경찰관의 보디캠 영상을 자동분석하고 있다.
특히 캘리포니아주 앨러미다 경찰국에서는 보디캠 AI 자동분석을 도입한 이래 경찰관의 무력 사용과 비전문적 언어 사용이 각각 36%, 30%씩 줄었고 이에 다른 지역에서도 해당 기술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이달 초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차를 몰고 귀가 중이던 흑인 청년 타이어 니컬스(29)가 경찰의 가혹한 구타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 폭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주요 도시에서는 경찰의 폭력을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졌고, 정치권에서는 경찰개혁 관련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통계기관 ‘경찰 폭력 지도'(MPV·Mapping Police Violence)에 따르면 미국에서 작년 한 해 동안에만 1천186명이 경찰관의 폭력에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산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