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거치며 기업형 임대사업 확산
임대주택 11개 카운티 6만5000채 달해
흑인 밀집지역 집값·임대료 올라 고통
이젠 렌트로 사는 게 ‘아메리칸 드림’
거대 자본을 갖춘 대형 부동산 투자업체들이 메트로 애틀랜타 일대 주택을 대거 사들여 임대사업을 벌이면서 일반인들의 내집 마련 기회를 빼앗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애틀랜타 저널(AJC)이 메트로 애틀랜타 일대 50채 이상 집을 소유하고 있는 임대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주택시장 왜곡 실태를 심층 취재, 9일 보도했다.
임대업자들이 2012년 이후 메트로지역 11개 카운티에 소유한 주택은 모두 6만5000채. 2021년 이후 투자자가 50채 이상의 주택을 구입한 5곳 가운데 4곳은 주로 소수계 주민들이 거주하는 지역이었다. 조사대상 지역 가운데 소수계가 90%이상 거주하고 있는 지역이 45%에 달했다.
월스트리트 자본을 동원한 이들 기업형 임대업자들은 소수계 거주지 주택을 집중적으로 사들인 다음 매매가격을 올렸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 임대로 전환, 임대료도 올려온 것으로 드러났다.
투자지역은 대부분 애틀랜타 남부 흑인 밀집 거주 지역이었으며, 이로 인해 소수계 실수요자들이 집을 사기 힘들어졌을 뿐 아니라 임대료도 감당하기 힘든 실정이다.
임대업자들이 집중적으로 사들인 지역(우편번호 30개) 집값은 그렇지 않은 지역에 비해 지난 2012~2022년 사이 두배 가까이 올랐다.
대표적인 흑인 거주지 클레이튼 카운티는 2020년 1월~2022년 12월 사이 71%나 올랐고, 록데일(69%), 더글러스(68%), 헨리(64%) 등도 크게 올랐다. 부동산 투자 업체들이 주택시장을 크게 왜곡시킨 결과다.
현재 주택 소유율은 백인이 75%인데 반해 흑인은 45.2%에 불과하다. 이들 임대업자들이 집을 마구 사들이는 바람에 2007~2016년 사이 메트로 애틀랜타 주택 소유율은 1.4% 포인트 하락했다. 백인의 주택 소유율은 변함이 없었지만 흑인 소유율은 4.2% 포인트 떨어졌다.
이로 인해 내 집 장만이라는 아메리칸 드림은 사라지고, 세 들어 살 수 있는 것만으로도 아메리칸 드림이라고 해야 할 처지가 됐다.
댄 이머글럭 조지아주립대(GSU) 교수는 “주거불평등이 심해졌다”고 말했다.
주택시장 왜곡은 2008년 금융위기부터 시작됐다. 금융위기로 대거 압류된 집들을 골드만삭스와 같은 월스트리트 자본이 대거 사들였다가 이를 부동산 투자업체에게 전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인 임대사업으로 전환하면서 비롯됐다.
당시 전국적으로 600만 명이 압류로 집을 잃었고, 2009~2012년 사이 메트로 애틀랜타 지역에서는 10만 채 이상의 주택이 압류됐다.
임대사업자들은 저가에 사들여 비싼 임대료를 받을 수 있는 흑인 밀집지역을 집중적으로 공략했고, 오바마 행정부는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권유에 따라 임대사업을 시범적으로 도입했다.
트럼프 정부도 국책 모기지 업체인 패니매에 10억 달러, 프레디맥에 13억 달러를 각각 지원했다. 서민들이 집을 살 수 있도록 돕자고 만든 이 두 회사는 임대사업을 통해 투자자들이 이득을 챙기도록 도와준 꼴이 됐다. 2017년에는 법인세율을 내려주고, 감세 혜택까지 부여했다.
그 결과 2011년까지만 해도 1000채 이상 소유한 임대기업이 없었으나 애틀랜타에서만 1000채 이상 소유한 업체들이 11개나 됐다.
전국적으로는 5개 거대 임대기업이 28만 채를 소유하고 있다.
토머스 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