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중고 전기차 구매에도 세제 혜택이 적용되면서 수혜 요건을 맞추기 위해 중고차 딜러들이 중저가 차량의 가격을 낮추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0일 보도했다.
IRA는 친환경 에너지 산업의 미국 내 생산 확대 등을 위한 지원책을 담고 있으며, 올해부터 중고 전기차 구매 시 최대 4천 달러를 세액 공제해준다.
블룸버그는 중고차 거래에 연방정부 세액공제가 적용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벌써 보조금 수혜 요건 등이 시장 흐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소개했다.
중고 전기차의 보조금은 신차와 달리 북미에서 최종 조립해야 한다는 등의 요건이 없지만, 출고한 지 2년 이상에 판매가격은 2만5천 달러 이하여야 한다.
IRA가 발표됐던 지난해 여름만 해도 코로나19 확산과 반도체 부족에 따른 공급망 차질 등으로 중고차 가격이 고공 행진했던 만큼 보조금 요건을 충족하는 차량이 적었지만, 이후 중고차 가격이 내리면서 수혜대상이 늘어난 상태다.
중고 전기차 배터리 정보 제공업체인 리커런트 집계에 따르면 IRA가 제정된 지난해 8월에는 전체 중고 전기차 매물의 12% 정도만 수혜 요건을 충족했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상과 중고차 가격 하락세로 지난해 12월에는 매물의 16%, 보조금 제도가 시행된 올해 1월에는 20%로 수혜 대상이 늘어난 상태다.
리커런트 최고경영자(CEO) 스콧 케이스는 “(중고차) 딜러들이 차량 가격을 2만5천 달러 바로 아래로 정할 강력한 유인이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IRA 보조금 정책은 중고차 업체들의 사업방식을 바꿔놓고 있다.
중고 전기차 전문 딜러 ‘플랫 자동차 그룹’ 측은 “바로 며칠 전에 2만6천 달러는 받아야 했을 쉐보레 볼트 차량의 가격을 보조금을 받기 위해 2만4천900달러로 책정했다”면서 “바보 같은 행동일 수 있겠지만, 하루도 안 돼 팔렸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들이 매입을 늘리는 차량은 보조금 수혜 조건인 2만5천 달러 이하로 팔아도 이익을 남길 수 있는 매물이나 아예 3만 달러 이상인 것들이라면서 “(어중간한) 2만6천∼2만8천 달러대 차량은 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중고차 업체들은 쉐보레 볼트 2017∼2020년식이나 닛산 리프 구형 모델 등을 선호하고 있으며, 2만5천 달러 이하에 주행가능 거리 321km 이상인 볼트 차종은 입고되는 즉시 팔린다는 것이다.
플랫 자동차 그룹은 또 정책변화가 소비자보다는 업체들에 더 큰 영향을 끼치고 있고 대부분의 소비자는 아직 세제 혜택을 모르고 있다면서도 “분명 (소비자들의 선택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봤다.
다만 아직 고가 중고차 시장에는 아직 정책 여파가 크지 않은 상황이다.
고가 중고차 취급 업체 아이드라이브원 관계자는 “소비자들에게 훌륭한 세제 혜택이지만 우리의 이익률에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면서 “누군가의 세제 혜택을 위해 내가 손해를 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현대차·기아 등의 신형 전기차 모델이 중고차 시장에 진입하면 자신도 2만5천 달러 이하 매물을 매집할 것이라면서 “향후 2년 안에 그런 때가 올 것으로 본다. (그때가 되면 해당 가격대 차를) 가능한 한 많이 살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