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건너에 87세 제리와 버넷이라는 백인 부부가 살고 있다. 10년 전 우리가 이사 올 때부터 지금까지 소통하며 재미있게 잘 지내고 있다. 그동안 쭉 지켜본 두 분은 정말 본 받고 싶은 게 많아 소개한다.
두 분은 동갑으로 제리가 20대 때 프랑스 군 복무 때 만나 지금까지 60년 넘게 살고 있다고 한다. 그들과 집 앞에서 한 번 말을 붙이면 1시간은 이야기를 주고받아야 하는 게 조금은 힘들기도 하지만 어쨌든 재미있는 분들이라 시간이 아깝지는 않다.
제리의 취미는 미국의 대표적인 모터사이클 브랜드 할리 데이비슨(Harley Davidson)을 타고 전국을 달리는 것이다. 고교시절부터 평생을 타고 다녔는데 사고는 없었느냐고 물으니 뭐 평생 그렇게 큰 사고가 난적은 없다고 했다. 매년 사우스다코다주 스터지스에서 열리는 모터사이클 축제에도 이곳 애틀랜타 모터사이클 동호회와 같이 그 먼 길을 다녀온다고 하니 그 나이에 대단한 열정이다.
가죽잠바에 청바지를 입고 또한 청바지 위에는 바람을 막아주는 가죽커버를 착용하고 검은 헬멧에 선글라스를 쓰고 차고를 나설 때면 20대 청년 같기도 하고 기동 모터사이클 경찰과 똑같은 모습이다. 손을 흔들며 신나게 나가는 모습을 볼 때면 얼마나 신날까 하는 부러움이 먼저 앞선다.
가끔은 또 바깥 야외로 나가 신나게 달리고 한 바퀴 돌고 오면 스트레스가 확 가신다고 하는데 늘 혼자서 탄다. 그래서 뒷자석에 버넷도 태우고 노랑머리 날리며 달려보지 그러느냐고 하니까 버넷은 위험해서 싫어하기 때문에 혼자 탄다며, 평생을 그렇게 혼자 타고 다녀서 중독된 것 같다며 웃는다.
이 노부부에겐 매주 목요일 정원 손보는 일도 중요한 일상이다. 다음날 쓰레기 수거 차량이 오니 그 전날 항상 집 안팎을 청소해 버릴 쓰레기를 정리해 어김없이 길가에 가지런히 정렬시켜 놓는 모습은 10년이 지나도 한 치의 빈틈없이 그대로이다. 그것도 한여름 뙤약볕에 제일 뜨거운 시간인 오전 10시쯤 시작하여 오후 1~2시 돼야 끝내는 것을 보노라면 정말 대단하다.
두 사람은 철저한 분업으로 제리가 나무를 잘라 내려놓으면 버넷은 갈쿠리로 모아 종이 봉지에 깔끔하게 담아 내놓는다. 비라고 올 듯하면 차고에 두었다가 비가 그치면 다시 내오 놓는데 모든 것이 너무 빈틈이 없어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저들에겐 87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치매나 노인병은 남의 얘기인 듯싶다. 어느 날 건강비결이 뭐냐고 그들에게 물어봤다. 대답이 의외로 간단했다. 잘 먹고 쉬지 않고 열심히 일 만들어서 하고, 저녁엔 와인 한 잔 기분 좋게 마시면서 스트레스 없이 사는 것, 그게 최고의 건강 비결이 아닌가 싶다는 것이다. 그들을 보면 건강은 타고난 게 아니라 자기관리를 어떻게 하는냐가 더 중요한 것 같다.
두 사람은 얼마 전엔 길 건너편에 있는 커뮤니티 교회에도 한 번 나가 보았는데 많은 은혜를 받았다고 했다. 이제 건강한 몸과 마음에 신앙과 믿음의 안식처까지 더하니 앞으로 100세 인생은 무난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