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터후치 강변 공원·산책로
라즈웰 주민들 최대 휴식처
한인타운에서도 멀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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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워크는 지나기 불편한 공간을 걷기 쉽게 만든 인공 길이다. 주로 물이나 진흙이 많은 저지대 늪지를 신발이 젖지 않고 지날 수 있도록 나무판자를 이어 붙여 만든다. 요즘은 나무 대신 콘크리트나 아스팔트를 깔기도 하고, 나무처럼 보이는 재활용 플라스틱을 쓰기도 한다.
유명한 해변이나 강가 웬만한 곳엔 다 보드워크가 설치돼 있다. 뉴욕의 코니아일랜드나 존스비치, 캘리포니아 샌타모니카 해변, 노스캐롤라이나 머틀비치의 보드워크는 그 자체로 명물이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긴 보드워크는 동부의 라스베이거스로 불리는 뉴저지 애틀랜틱 시티에 있다. 해안선을 따라 설치된 이곳 보드워크는 150여 년 전인 1870년에 만들어졌고 길이도 5.5마일이나 된다.
채터후치강과 주변 습지, 호수 위를 걸을 수 있도록 만든 보드워크. 라즈웰 리버워크 트레일의 일부다.
보드워크의 가장 큰 매력은 쉽게 들어갈 수 없는 곳을 지날 수 있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평소 시야로는 닿을 수 없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간헐천과 온천지대를 연결해 놓은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보드워크가 바로 그런 곳이다. 치밀하게 설계해 만든 길이라 뭔가 특별 대접을 받으며 걷는다는 느낌도 유쾌하다.
애틀랜타 근교에도 그런 보드워크가 조성돼 있는 산책로들이 꽤 있다. 대표적인 곳이 채터후치강을 따라 뻗어있는 라즈웰 리버워크 트레일 구간의 보드워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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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즈웰은 존스크릭과 함께 노스 풀턴카운티의 대표적인 부촌으로 꼽힌다. 2020년 센서스에 따르면 주민 수는 약 9만 3000명으로 인구수로는 조지아 7번째 도시다. 존스크릭, 알파레타, 피치트리코너스, 샌디스프링스 등의 익숙한 도시들과 인접해 있어 한인들도 제법 많이 산다. 채터후치 강을 끼고 있어 자연환경도 빼어나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게 이어진 보드워크 위로 주민들이 뛰고 있다. 멀리 보드워크 끝부분 너머가 윌레오 파크다.
라즈웰 다운타운은 다양한 맛집과 소매 업소들이 밀집한 나들이 명소로도 인기가 높다. 하지만 이곳 주민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곳은 뭐니 뭐니 해도 왕복 7마일 남짓의 채터후치 강변 산책로 라즈웰 리버워크 트레일(Roswell Riverwalk Trail)이다.
이 트레일은 GA-400번 도로에서 시작해 리버사이드 로드와 아잘리아 로드를 거쳐 윌레오 로드 윌레오파크까지 이어진다. 중간에 돈 화이트(Don White Memorial Park), 리버사이드(Riverside Park), 아잘리아(Azalea Park) 등의 공원이 있어 어디서든 쉽게 트레일에 접근할 수 있다.
아잘리아 공원 인근 라즈웰 리버워크 트레일을 걷는 주민들. 일부 구간은 찻길 따라 이어진다.
리버워크 트레일 중 가장 인기 있는 구간은 채터후치 네이처 센터(Chattahoochee Nature Center) 인근의 보드워크다. 공식 이름이 ‘라즈웰 리버워크 보드워크’인 이곳은 아잘리아 공원 인근에서 윌레오 로드 끝에 있는 윌레오 파크까지 약 1.7마일 구간이다. 2016년 말 아잘리아 공원에서 네이처센터까지 먼저 개통됐고, 2년 뒤 윌레오파크까지 더 연장됐다.
아잘리아 공원 입구.
보드워크는 호수 같은 습지를 가로지르기도 하고 강물 바로 옆으로 이어지기도 하면서 아주 특별한 하이킹 경험을 선사한다. 보드워크가 생태 친화적으로 조성됐다는 점도 라즈웰시의 자랑이다.
시공사 측 설명에 따르면 보드워크 바닥은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든 피브론(Fiberon)이라는 합성 판자를 사용했고, 보드워크를 떠받치는 기둥은 강물에 의한 부식을 방지하기 위해 금속 기둥을 썼다.
난간은 습기와 벌레에 의한 부식을 방지하기 위해 특수 처리한 옐로파인(yellow pine) 목재를 사용했다고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전통적인 목조 보드워크와 달리 물에 젖었을 때 오히려 더 단단해지는 특성을 가지게 됐다는 것이 시공사 측의 주장이다.
라즈웰 트레일엔 개도 동반할 수 있지만 반드시 목줄을 매야 한다.
보드워크엔 자전거도 다닐 수 있다.
이곳 보드워크는 완공되자마자 라즈웰의 최고 명물이 되면서 라즈웰 주민은 물론 인근 지역 자연 애호가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라즈웰시는 2000년부터 7마일에 이르는 라즈웰 리버워크를 조성하면서 연방 교통국 지원금까지 합쳐 모두 390만 달러의 예산을 책정했는데, 그 중 보드워크 공사에만 180만 달러를 썼다고 한다.
리버사이드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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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워크 입구는 아잘리아 공원을 지나 조금 더 서쪽으로 가면 왼쪽으로 보인다. 찻길 따라 한참 이어진 리버워크 트레일을 걷다가 보드워크로 들어서면 여기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보드워크 입구. 보드워크 구간은 아잘리아 공원 인근에서 윌레오 공원까지 이어진다.
아잘리아 공원 옆 강가에서 오토바이를 몰고 온 사람이 쉬고 있다.
짙은 숲 사이로 깔끔한 보드워크가 구석구석 이어지고, 숲 너머로는 강인지 호수인지 구분하기 힘든 넓은 습지가 계속 펼쳐진다. 네이처센터 입구 지나서 윌레오파크까지는 보드워크가 강물과 나란히 뻗어 있다.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서인지 아직 때가 안 묻어 깔끔한 것도 기분이 좋다. 바닥 폭도 꽤 넓어 걷거나 뛰거나 자전거 타는 사람이 섞여 있어도 별로 방해되지 않는다. 이런 길을 걷다보면 마치 물 위를 걷는 듯 발걸음도 가벼워진다.
윌레오파크 입구.
윌레오파크는 라즈웰 리버워크 보드워크의 서쪽 끝이다.
구간마다 여러 곳의 전망대가 있고 가볍게 쉴 수 있는 벤치도 많다. 열심히 걷거나 땀 흘리며 뛰는 사람들 외에도 유모차를 끄는 엄마, 작은 자전거를 타는 가는 아이, 새나 물고기를 찾으며 낚시를 하거나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내는 모습들이 많이 보인다.
저 흙탕물에도 고기가 있을까? 채터후치 강변의 낚시꾼.
벤치에 나란히 앉아 나무 사이로 흘러내리는 햇살을 받으며 간지러운 강바람을 즐기는 듯한 연인들 모습도 흐뭇하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보드워크 구간을 제외한 다른 리버워크 트레일 구간은 많은 부분이 자동차 길과 인접해 있기 때문에 자동차 소음이 간간이 들린다는 것. 그래도 숲과 강을 끼고 걷기에 몰입하다보면 그렇게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다.
채터후치강변에서 새들이 쉬고 있다. 요즘 잦은 비로 불어난 물이 황토색이다.
보드워크에서 새 사진을 찍고 있는 동호인
내가 찾아간 날은 요즘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보드워크 아래 강물은 꽤 많이 불어 있었고 물빛 또한 누런 황토색이었다. 원래 이곳 수위는 하류에 있는 불 슬루스 호수(Bull Sluice Lake)의 수위에 영향을 받는다. 불 슬루스 호수 수위는 그 아래 모건폴스 댐이 조절한다. 상류의 뷰포드댐에서 방류된 채터후치 강물의 수위 조절의 일환이다.
리버워크보드워크 네이처 센터 입구 부근.
보드워크 중간에 있는 채터후치 네이처 센터(Chattahoochee Nature Center, 9135 Willeo Rd.Roswell, GA)는 비영리 사설 교육 시설로 127에이커 규모에 숲과 호수, 야생동물 관찰 등을 통한 자연 교육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월~토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요일은 12시부터 5시까지 개장한다.
채터후치 네이처센터. 비영리 자연학습 교육 공간이다.
채터후치 네이처센터. 보드워크와 인접해있지만 들어갈 수는 없다.
# 메모
윌레오 파크((8700 Willeo Rd. Roswell, GA, 30075)는 라즈웰 리버워크 보드워크의 종착지이자 시작점이다. 주차 공간이 10여대밖에 없어 차를 대기가 쉽지 않다.
보드워크를 걸으려면 아잘리아 공원((203 Azalea Dr, Roswell, GA 30075)에 주차하는 것이 좋다. 둘루스 H마트 기준으로 30분 정도면 갈 수 있다.
좀 더 걸으려면 인근 리버사이드 공원((575 Riverside Rd. Roswell, GA 30075)이나 돈 화이트 공원(925(B) Riverside Rd. Roswell, GA 30075), US-19번 도로 아래 라즈웰 언더패스 공원 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주차비는 무료다.
글·사진=이종호 애틀랜타 중앙일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