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시니어 케어 분야에 종사한 지 15년이 되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공부했던 보건학을 이민자들을 위해 사용할 수 있음에 늘 감사하다. 세월이 쌓이니, 많은 어르신들이 알아봐주시고, 수고한다며 기도해주시고, 사탕도 주시고, 고향의 향기가 가득한 사랑을 주신다.
시니어 홈케어와 데이케어 기관을 조지아 매트로 애틀랜타에서 운영하며, 어르신들을 직접 뵐 때면 더 잘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정든 땅을 뒤로 하고 척박한 땅에 새 길을 만드신 분들, 낯선 미국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삶의 터전을 닦으며 자녀를 자랑스럽게 기르신 위대한 분들이다.
각자 살아오신 세월이 다르지만, 그 어려운 세월을 지나오셨음에도 원망이 아닌 사랑과 감사가 가득한 어르신들께는 더욱 존경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그래서 나는 우리 어르신들께서 인생의 겨울을 보람 있고 품위 있게 보내실 수 있도록 미국 땅에 기반을 만드는 일을 하는 시간에 보람을 느낀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조지아의 한인 사회복지 역시 15년 전과 비교해 무척 변했다. 우선 한인들의 시니어 케어 사업체가 거의 전무했던 당시와 달리, 지금은 매우 많아졌다. 경쟁은 치열해졌으나 이 상황은 한인 사회에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한인 기관들이 정직하고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 커뮤니티를 섬기고 비즈니스를 해나긴다면, 우리 동포들에게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미국의 사회복지 분야에도 한류 열풍을 일으킬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해본다.
미국은 국가가 생기고 발전해온 특성에 따라 사회복지 역시 주마다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인다. 우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유일하게 전 국민을 위한 공적 의료보장제도가 없다. 세계 경제의 4분의 1을 점유하는 국내총생산(GDP) 1위를 자랑하지만, 연방정부 차원의 사회복지는 주로 극빈층 지원에 초점을 두고 있어 ‘복지 후진국’으로 불리기도 한다.
노인과 빈민층을 대상으로 한 사회복지는 그나마 다른 복지에 비해 나은 편이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이 40%가 넘는데 비해 미국의 노인 빈곤율이 10% 정도인 까닭은 노동 소득에 부과하는 사회보장세로 은퇴자의 사회보장 소득이 보전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Social Security 안에는 Supplemental Security Income(SSI)라는 선별적 복지제도가 있어서 빈곤층이거나 장애가 있는 분들은 2023년 기준 매달 914달러까지 SSI 보조금을 지급받을 수 있으며, SSI 수혜자는 자동적으로 메디케이드(Medicaid)라는 저소득층을 위한 의료보험에 가입이 된다. 또한, 푸드 스탬프, 전기 수도세 보조와 같은 다른 공공 혜택에 연결될 수도 있다.
앞서 말했듯이 미국은 주마다 다른 사회복지 제도를 가지고 있는데, 필자가 살고 있는 조지아의 경우, CCSP, SOURCE, ICWP, SFC, NOW/COMP, GAPP 등의 보조 프로그램을 통해 시니어와 극빈층을 위한 홈케어, 데이케어, 도시락 배달, 응급 호출, 거주지 서비스이 제공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제한적이긴 하지만, 함께 사는 가족이 다른 가족을 돌볼 수 있는 프로그램도 생겼다. 이렇게 사회복지 서비스가 다변화되다보니 초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을 앞두고 사회복지에 관한 개개인의 적절한 사용과 정부의 규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누구나 인생에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는데, 인생의 가을과 겨울이 길어지고 있다. 100세 시대, 미국과 한국, 그리고 전 세계의 사회복지는 어떻게 변화할까? 우리는 그 시대를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까? 어떻게 하면 인생의 가을과 겨울이 시리거나 초라하지 않고, 품위 있고 아름다운 계절이 될 수 있을까?
필자의 경험과 지식이 조금이라도 우리 한인사회와 미국의 사회복지 발전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5년 만에 다시 칼럼을 쓰고자 자판을 두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