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아웃렛 총격참사 발생 사흘째를 맞은 9일 본지는 현지를 찾았다.
지역사회 한인들은 지난해부터 잇따르는 총격 사건으로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댈러스 한인회는 8일 애도 성명을 발표하면서 “경악을 금치 못할 비극. 우리 동포사회의 일원으로 좋은 평판을 받으며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던 아름다운 한인 가족의 사망소식은 우리 모두에게 커다란 슬픔이 아닐 수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마더스 데이를 불과 일주일 앞두고 많은 인파가 몰린 쇼핑몰에서 일반 대중을 향한 총격사건은 한인사회에 너무 커다란 충격”이라며 “작년 한인사회에 헤어월드 살롱 총격사건과 고 신진일씨 사망사건, 올해 4월 해피데이 주점 총격 사건에 이어 불과 한 달 만에 발생한 총격사건은 한인 커뮤니티가 더 이상 안전하지 않으며 한인들이 좀더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할 이유가 있음을 깨닫게 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지난해 5월 11일에는 댈러스 한인타운의 헤어월드 살롱에서 대낮에 총격사건이 발생해 한인 여성 3명이 총상을 입었다. 당시 총격을 가한 용의자 제레미 테론 스미스(36)는 특수폭행 7가지 혐의에 증오범죄 혐의를 가중해 기소됐다.
또 지난해 8월에는 포스워스 인근 고속도로 진입로 교차로에서 접촉 사고로 말다툼을 벌이던 중 한인 신진일씨가 총격 살해됐다.
여기에 더해 이번 총기난사 사건 불과 한 달여 전인 지난달 3일에는 댈러스 한인타운 해피데이 주점에서 술에 취한 조완백(62)이 언쟁을 벌이던 중 한인 여주인 강희정(53)씨를 총으로 쏴서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댈러스 한인회 이경철 수석부회장은 “지난해부터 한인들이 운영하는 미용실, 주류업소 등에서 잦은 총격이 발생해 안전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며 “최근 잇따르는 총기난사로 인해 한인들이 외출도 꺼리고 있다. 이로 인해 한인 업주들의 경제 상황도 함께 나빠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오는 30일에 지역의 한인 업주들을 초청해 안전 세미나를 개최할 계획했는데 또 총기 난사가 발생해 충격이다”며 “예전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이제 댈러스도 더이상 안전지대가 아닌 것 같다”고 우려했다.
댈러스 한인회가 총격 사건 희생자들을 위해 한인회에 설치한 분향소에는 조문객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졌다. 한인들은 헌화로 추모하며 슬픔을 함께했다.
댈러스 한인회 이경철 수석부회장은 “현장을 방문하기 힘든 한인들을 위해 분향소를 마련했다”며 “휴스턴총영사관 댈러스출장소 영사들과 댈러스경찰국 관계자 등도 방문해 헌화했으며 주미 한국대사관 등에서 화환을 보내 슬픔을 함께했다”고 전했다.
9일 분향소를 찾은 댈러스 경찰국 데이비드 김 경관은 “댈러스 한인타운에 총격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며 “경찰국 측에서 한인타운에 사다리차 4~5대를 지원했다. 응급상황 발생 시 현장 파악을 위한 용도”라고 말했다.
분향소를 찾은 이번 사건의 생존자 한인 수니 틴슬리(72·케럴턴)씨는 여전히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떨리는 목소리로 끔찍했던 그날의 기억을 전했다.
그는 당일 오후 쇼핑몰 한 매장에서 나오는 길에 총격범이 총을 난사하는 것을 발견하고는 다시 기어 들어와 몸을 숨겨 총격을 피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틴슬리씨는 “밖에서는 50~60발의 총성이 들렸고 패닉에 빠진 사람들은 다들 우왕좌왕했다. 매장 바닥에 엎드려 두 시간 동안 벌벌 떨었다”며 “상황이 끝난 뒤 경찰의 지시를 따라나가는데 바닥에 시신들 사이로 지나가야 했다. 너무 무서워서 쳐다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총기 난사 현장에서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한인 수니 틴슬리씨가 9일 달라스 한인회에서 악몽 같았던 당시 상황을 본지 기자에게 전하며 오열하고 있다(왼쪽 사진).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던 알렌프리미엄아웃렛 입구에는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공간이 마련돼있다. 현장을 찾은 한인들이 울먹이고 있다. 장열 기자
한편, 온라인상에서는 이번 총격 사건에 대해 ‘정말 충격이고 마음이 아프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등 네티즌들의 애도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또 페이스북의 ‘미국 사는 한국인 그룹’에서 일부 지역 주민들은 ‘동네에서 15분 떨어진 곳에서 총기난사가 벌어졌다’, ‘평소에도 자주 가던 몰인데 너무 무섭다’, ‘사건 이후 학교에서 등교를 안해도 결석처리 안 된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등 두려움을 호소하는 글도 많았다.
지역 커뮤니티 사이트 ‘달사람닷컴’의 한 주민은 “뉴스에서나 보는 일인 줄 알았는데 우리 동네에서 일어났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쇼핑몰, 마트 사람들 많은 곳 갈 때마다 이젠 불안한 마음이 든다. 텍사스에 사는 데 환멸이 느껴진다”고 적었다.
장열 기자,장수아 기자 jang.suah@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