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로스쿨들이 한 유력 매체의 대학평가를 신뢰하지 못하겠다며 자료제공을 거부했는데도 새 순위 발표에서 최상위권을 유지한 데 비해 중하위권 대학들은 평가방식 개편으로 순위가 크게 바뀌었다.
11일 뉴욕타임스(NYT) 보도 등에 따르면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리포트'(이하 유에스 뉴스)는 이날 개편된 평가지표를 반영한 ‘2023∼2024년 베스트 로스쿨’ 순위 최종결과를 발표했다.
유에스 뉴스의 대학평가는 미국 내에서 파급력이 가장 큰 순위 평가로 꼽힌다.
올해 유에스 뉴스의 로스쿨 순위가 크게 이목을 끈 것은 지난해 예일대를 비롯한 유명 로스쿨들이 이 매체의 순위평가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예일대는 저소득층 학생 장학금 비율이 높거나 월급이 적은 공공분야에서 일하는 졸업생이 많은 경우 감점을 받는 등 기준이 부당하다며 보이콧 방침을 밝혔고, 이후 스탠퍼드대와 하버드대 등 수십 개 학교가 자료 제출 거부에 동참했다.
그러나 지난달 사전 공개된 상위권 로스쿨 순위에서 이들 대학은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음에도 예년처럼 최상위권을 유지했고 이는 이날 발표된 최종 결과로 그대로 이어졌다.
스탠퍼드, 예일, 시카고, 듀크, 하버드, 뉴욕대 등은 일부 순위 조정만 있었을 뿐 지난해 평가와 마찬가지로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지난해 평가 거부 운동을 주도한 예일대 로스쿨은 스탠퍼드대와 공동이기는 하지만 1위 자리를 지켰다. 보이콧 동참 학교인 컬럼비아대가 4위에서 8위로 떨어진 정도가 눈에 띄었다.
이에 비해 중하위권 대학 사이에서는 순위 변동 폭이 꽤 컸다.
웨이크포레스트대가 37위에서 22위로 15계단 점프했고, 텍사스테크와 마켓대가 함께 34등이 뛰어 공동 71위로 올라섰다.
유명 로스쿨의 반발에 당황한 유에스 뉴스가 올해 평가부터 새 평가방식을 도입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유에스 뉴스는 순위 평가의 신뢰성과 공정성을 둘러싼 비판이 거세지자 올해 평가에 앞서 각 대학을 상대로 의견을 수렴하며 평가지표를 대폭 개편했다.
로스쿨의 경우 변호사시험 합격률, 취업률 등과 같은 결과지표의 반영 비중을 58%로 높이는 식으로 객관성을 높였다.
이런 개편에도 정작 자료조차 제공하지 않은 기존 상위권 대학들은 기존 순위에 큰 변동이 없었다.
유명 대학들과 달리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대학들은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자했지만, 평가 지표가 크게 바뀌면서 희비가 엇갈릴 수밖에 없었다.
NYT는 “새 순위 평가가 기존 비판을 달래주진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순위가 한 해 만에 급변동하는 게 오히려 ‘순위평가 무용론’을 키우는 구실만 제공한다는 것이다.
순위가 122위에서 94위로 떨어진 미국 가톨릭대 콜럼버스 로스쿨의 스티븐 페인 학장은 새 평가방식이 불리하게 작용했다며 “특정 학교의 순위가 정해져 있다는 점에서 이 순위평가는 예비 학생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는 것 같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