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비자여서 오래 머무를 수도, 자신이 한국 돌아가기도 쉽지않아
18년 만에 한국을 방문해 어머니를 모시고 미국으로 돌아온 한인이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뇌종양과 폐암 진단으로 절망적인 상황을 맞게 된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다.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거주하는 마 지나(44세, 미국 이름 지나 토마스) 씨는 지난 달 휴가를 얻어 18년 만에 한국을 방문했다. 설렘도 잠시, 그는 자신을 잘 알아보지 못하고 거동도 힘들어하는 어머니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마 씨는 3주간 한국에서 어머니와 함께 병원 이곳저곳을 다니며 검사를 받은 결과 인지 능력 저하, 우울증, 천식 등의 진단을 받았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시에는 분명 조금씩 괜찮아지셨다”며 “어머니를 이대로 혼자 둘 수 없어 미국에 같이 오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5월 초 어머니를 미국에 모셔온 직후부터 갑자기 상태가 악화돼 한국으로 출국을 3일 앞둔 지난 5월18일 응급실로 옮겼고, 뇌종양과 폐암 4기라는 진단을 받았다.
한국으로 되돌아가 치료를 받으려고 했으나 항공 여행이 불가하다는 의료진의 진단에 따라 지난 26일 미국에서 우선 뇌종양 제거 수술을 진행했다. 그러나 폐 조직 검사 결과, 항암치료 밖에 다른 방법이 없고 6개월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청천벽력같은 의사의 말을 들었다.
마 씨에게 어머니 마명옥(71세) 씨는 유일한 가족이다. 마지나 씨는 한국에서 쇼트트랙 국가 대표 선수를 꿈꿨으나 혼혈이라는 이유로 좌절됐고, 이후 미군이었던 남편과 결혼해 미국에 왔지만 이혼하여 홀로 생업을 이어가며 넉넉치 않게 살고 있다. 방문 비자 신분인 어머니가 미국에 오래 머무를 수 없는 입장인데, 돌보아야 할 마 씨가 생업을 포기하고 무작정 한국행을 감행하는 일 또한 쉬운 결정이 아니어서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한국말이 유창한 마 씨는 “갑자기 닥친 상황에 어머니를 모시고 한국에 가야 할지, 치료비와 비자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지 혼자서는 도저히 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온라인 한인 커뮤니티에 사연을 올려봤지만, 진의를 의심하는 날선 말밖에 듣지 못했다”며 이 얽힌 문제를 풀 방법이 없겠느냐고 하소연했다.
고심끝에 마씨는 고펀드미에 기부 페이지를 열었다. 어머니의 미국 방문 비자가 8월 1일에 만료되는데, 의료 문제로 30일 연장을 할 수는 있지만 미국을 떠나기 전에 병원비 완납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씨의 어머니는 지난주 가장 큰 뇌종양 한 개를 부분 제거하기는 했으나 폐암과 나머지 종양의 치료를 앞두고 있다.
윤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