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아들네 집에 가니 아들 서재가 우리 임시 침실이 되었다. 책장에 색다른 카드가 놓여 있어 뭔가 들여다봤다. 빨간 하트들로 장식된 달리는 차, 차에 매달려 허공중에 나부는 빨간 하트 모양의 풍선 두개가 그려진 카드이다. 두개의 하트모양의 풍선도 빨간 색깔의 작은 꽃들로 그려진 화려한 카드이다.
“27년간 나의 소중한 남편에게: 우린 29년간 같이 했어요. 와, 와, 와. 그러나, 우리가 같이 한 시간이 한 순간 같네요. 요즘 나는 너무 행복합니다. 당신이 나를 항상 사랑해 주기에, 우리의 삶은 너무나 완전해요.”
“당신은 약속을 지켰어요. 나를 극진히 보살피겠다고 한 처음의 약속을.” 며느리가 영어로 쓴 손 글씨와 싸인이 보인다.
결혼기념일이나, 생일이면 남편들이 아내에게 카드를 보내는 것에 익숙한데, 아내가 남편에게 보낸 카드는 처음 본다. 감사편지나 사랑 편지는 남편이 아내에게 보내야 된다는 고정관념, 그것도 나이 많은 우리 세대의 편견이 아닐까? 카드를 읽으니, 신세대의 새로움을 느꼈다.
칭찬에는 고래도 춤을 춘다는데, 그렇게 며느리가 아들을 칭찬을 통해서 춤추게 하는 걸까? 못하는 일을 야단 치기보다, 잘하는 일을 칭찬하는 것이 동물이나 사람을 길들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알려졌는데도 많은 기성 세대는 사랑하는 사람의 잘못을 고쳐 더 좋은 사람 만들려고 약한 점만 찾다 보니, 잘못만 보는 버릇이 생겨, 잘하는 것엔 장님 벙어리가 되고, 결점만 보이고 비판과 잔소리를 하는 버릇, 사랑하기 때문에 상대의 약점만 보는 버릇이 있는 것을 아닐 까? 그런 점에서 며느리는 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군 잠수함 장교였던 아들이 어느 날 오하이오 집에 와서 5년 의무 근무를 끝으로 군에서 제대하고 의과대학을 가겠다고 했다. 왜 나를 해군 사관학교에 보냈냐 고, 학비에 기숙비까지 공짜이기 때문이 아니냐 고, 해사대신 의대 준비를 했더라면 더 일찍부터 하고싶은 일을 했을 거라고 했다. 우린 여러 말을 나누었지만 아버지인 나의 마음도 아프고 안타까웠다.
모처럼 아들네와 만나 지나간 이야기를 하다가, 그들의 결혼 초기 이야기 나왔다. 해군에서 제대하고, 의과대학에 가려고 해사에서 강의 듣지 못한 의대 입학에 필수과목을 대학에서 배우며, 아들과 며느리가 같이 돈벌이 https://www.atlantajoongang.com/wp-admin/post-new.php#wpseo-meta-section-readability일을 찾을 때, 센디아고에 있는 마이크로 수술실(Microsurgical Institute and Training Center)에 파트타임 잡을 소개한 것도 며느리였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수술실 소장이신 이 박사님을 며느리는 평소에 알고 지냈다고 했다.
아들은 수술실에서 일도 하여 돈도 벌고, 마이크로 수술 교과서를 출판할 때 편집을 맡았고, 이 박사님이 아들에게 편집을 맡아 잘 해 주어서 고맙다고 서문에도 썼다고 했다. 그 책을 보고 싶다고 하니, 묵직하고 두꺼운 수술 교과서를 보여 준다. 책 서문에 책을 편집한 아들 이름을 쓰고 고맙다고 썼다.
“의대 입학 원서에, 닥터 리가 추천서도 써 주셨지?” “물론이지요. 닥터 리는 전부터 나를 보고 의대에 가라고 하셨어요. 저는 전혀 방향이 다른데.” “그분의 추천서와 아들이 거기서의 경험이 의대 입학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을까?” “도움이 되었을 거예요.” 그런 대화를 며느리와 나누고 나니, 며느리가 고마웠다.
여러 의과대학에서 입학 여부를 지원자들에게 알려 줄 때, 며느리가 전화를 했다. 그 즈음 “귀하와 같은 지원자를 못 받아서 미안하다. 다른 의대에 행운을 빈다.”라는 내용의 거절 편지들이 많이 온다고 했다. 많은 의대에 지원서를 냈으니, 그런 거절의 편지도 많아 와서, 괴로워하는 새신랑이 안타까워, 자기기 편지를 먼저 보고, 거절의 편지는 숨겨둔다고 했다.
“그 때, 의대합격 소식을 내가 먼저 듣고, 아들이 직접 제아버지에게 그 소식을 전하라고 나는 모르는 체 전화가 왔다고 전화기를 바꾸어 주었지. 그런데, 네 아버지는 전화를 하다가 그 소식을 듣고 너무 기뻐서 주저 앉아 울었단다.” 아내가 며느리에게 말했다.
“마이크로 수술 센터 닥터 리를 아들에게 소개해 준 사람이 너이고, 거기서의 경험과 그의 추천서가 의대 합격에 얼마나 영향을 끼쳤을까? 너를 만났기에 닥터 리를 만난 인연, 그 인연이 그런 숨은 공로가 된 줄은 전에 몰랐네! 그저 아들이 실력이 있어서 그런 줄만 알았지!” 내가 며느리에게 말 했다.
“마이크로 수술 교과서 편집한 일, 받은 돈이 그때 생활에 도움도 되었지만, 그 경험이 의대 입학에도 도움이 되었을 거예요.”
“너희들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남편에게 보낸 카드 봤어. 결혼기념 27년을 축하해. 피넡(15살이 된 그들의 애완견)이나 네 남편이 왜 특별히 너에게 잘하는지, 이유를 알 것 같아. 잘하는 점을 찾아보는 버릇이 앞으로도 많은 칭찬을 만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