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격 사건이 끊이지 않는 미국에서 이번에는 흑인 여성이 자녀 앞에서 백인 이웃의 총에 맞아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6일 CNN 방송 등에 따르면 2일 저녁 플로리다주 매리언 카운티의 한 주택 단지에서 네 자녀를 둔 흑인 여성 에지케 오언스(사진·35)가 이웃 백인 여성(58)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용의자의 이름은 공개되지 않았다.
당국은 오언스와 총격범이 지난 2년간 불화를 겪어왔으며, 총격이 벌어지기 직전에도 다툼을 벌였다고 밝혔다.
당시 총격범이 집 근처에서 놀고 있던 오언스의 자녀들에게 소리를 지르면서 스케이트 한 켤레를 집어던졌고, 이에 오언스가 총격범의 집 현관문 앞까지 다가가 그와 말싸움을 벌이다가 총에 맞았다는 설명이다.
총격범은 총을 쏘기 전 오언스의 아이들을 겨냥해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기도 했다고 오언스 측 변호인은 전했다.
빌리 우즈 보안관은 “오언스는 그와 싸우기 시작했고, 문과 벽을 두드리거나 위협을 가하는 등 두 사람 모두 주거니 받거니 공격성을 보였다”며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오언스가 문 사이로 총에 맞았다”고 설명했다.
항의하러 찾아온 오언스에 문을 열어주지 않고 버티던 용의자가 문을 살짝 열어 틈새로 총을 쐈다는 것이다.
목격자 로런 스미스(40)는 “총격범은 오언스의 아이들이 바깥에서 노는 것에 대해 늘 화를 냈고, 끔찍한 말을 하곤 했다”고 진술했다.
해당 총격범은 아직 체포되거나 기소되지 않았다.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Stand Your Ground) 법률 탓에 당시 총격이 정당방위 성격이 아니었다는 점을 증명하기 전까지는 총격범을 체포할 수 없다고 보안당국은 설명했다.
위협을 피할 수 없으면 물러나지 말고 맞서라는 의미를 지닌 이 개념은 정당방어 법률로 구체화 돼 최소 28개 주에서 시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주에서는 죽거나 다칠 위험에 직면한 사람이 자기방어를 위해 치명적 물리력을 선제적으로 가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허용된다.
만약 이번 총격범이 현관문 앞까지 ‘무단 침입’한 오언스를 막기 위해 총을 쐈다고 당국이 판단할 경우 총격범은 체포, 기소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상황 속 흑인 30여명으로 구성된 시위대는 6일 주 정부 청사에서 총격범을 즉각 체포할 것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오언스의 어머니도 기자회견에서 “내 딸은 9세 아들이 옆에 있는 상황에서 총에 맞아 사망했다”면서 “딸은 무기도 없었고 누구에게도 위협을 가하지 않았다. 정의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