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나온 젊은 흑인이 주로 이주”…코로나19 영향 분석도
동부 필라델피아 인근 뉴저지에 살던 41세 흑인 간호사 레이크샤 매클레인-윌리엄스는 2021년 가을 남부 조지아 클레이턴 카운티로 이사했다.
경찰이 10대 아들과 또래 백인 사이의 다툼을 처리하는 방식에 불만을 느껴 이사를 결정했다.
윌리엄스는 뉴저지 집과 거의 같은 값으로 클레이턴에서 침실 5개짜리 더 큰 집을 구했다.
22일 인구조사국이 발표한 최신 추정치에 따르면 윌리엄스처럼 북부를 비롯해 다른 지역의 도심에 살던 흑인들이 지속해서 남부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주로 시카고, 디트로이트, 클리블랜드,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등 전통적으로 흑인 인구가 많은 주요 도시에서 인구 감소가 눈에 띈다.
20세기 초 수백만 명의 흑인이 더 나은 경제적 기회를 찾고 인종 차별을 피하기 위해 남부를 떠나면서 시작된 인구 대이동이 반대 상황을 맞은 셈이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인구학자인 윌리엄 프라이는 “이런 변화의 대부분은 대학 교육을 받은 젊은 흑인들이 북부 및 서부 지역에서 남부로 이주하는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구조사 추정치에 따르면 오클랜드가 포함된 알라메다 카운티의 흑인 인구는 2021년 중반에서 작년 중반 사이 2.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950년 90만 명이 넘었던 클리블랜드 인구도 흑인들이 지속해서 떠나면서 2020년 37만 3천명으로 뚝 떨어졌다.
반면 일부 남부 대도시 지역의 흑인 인구는 증가했다.
인구조사 추정치에 따르면 휴스턴이 포함된 텍사스주 해리스 카운티엔 2021년 중반 이래 1년간 약 1만8천명의 흑인 인구가 유입됐다.
WSJ는 흑인들의 이동이 도심 지역의 주거비 상승과 관련있다고 지적했다.
오클랜드의 캐럴 파이프 시의원은 “레드라이닝(Redlining·특정 경계 지역 지정) 같은 관행은 주택 시장이 개선될 때 흑인들이 재산을 얻고 혜택받는 걸 더 어렵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레드라이닝은 은행이 저소득층 밀집 지역 같은 특정 지역에서 대출을 기피하는 인종 차별적 관행을 말한다.
오클랜드의 한 지역 사회 개발 단체 대표인 캐럴린 존슨도 “도시에 거주하는 흑인들은 주택 비용이 상승함에 따라 쫓겨나거나 저소득 지역으로 밀려날 위험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안전 우려도 거주지 이전의 한 동기로 작용한다.
디트로이트에서 미시간주 교외로 이사한 은퇴 교사 메리 홀-레이포드는 “총소리와 사이렌 소리에 지쳐 평화롭고 조용한 곳을 원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인구 이동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도 있다.
필라델피아 남부에서 2016년 이발소를 열었다는 카리 마이너는 “팬데믹이 닥치고 범죄가 증가한 이후 고객의 약 5%가 도시를 떠났다”고 말했다. 그 역시 올해 12월 임대 계약이 만료되면 이사할 계획이다.
흑인 인구 이동이 가져온 크고 작은 변화도 눈에 띈다.
WSJ는 다수가 민주당에 투표하는 흑인 유권자의 유입이 이전에 공화당이 지배적이었던 조지아주를 최근 선거에서 경합 주로 바꿔놨다고 설명했다.
흑인들이 떠나면서 지역 경제가 어려워진 측면도 있다.
저스틴 빕 클리블랜드 시장은 흑인들이 대거 떠나면서 인구가 쪼그라든 도시의 상업 활로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WSJ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