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타이타닉’ 감독인 제임스 캐머런은 22일 심해에 가라앉은 타이태닉호를 보러 갔던 잠수정 ‘타이탄’ 사고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AP,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캐머런 감독은 이날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타이탄 잠수정의 비극은 111년 전 타이태닉호 참사와 ‘기이한 유사성’이 있다고 밝혔다.
앞서 대서양에서 실종됐던 타이탄은 수일째 수색 끝에 폭발로 추정되는 사고와 함께 탑승자 5명이 모두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캐머런 감독은 “타이태닉호 참사와 유사성에 충격을 받았다”며 “실제 타이태닉호 선장은 배 앞의 빙하에 대해 반복적으로 경고를 받았지만 달빛이 없는 밤에 빙원(氷原)을 향해 전속력을 냈고 그 결과 많은 사람이 죽었다”고 말했다.
이어 “경고를 무시한 매우 비슷한 비극이 같은 장소에서 벌어졌다”며 “정말로 아주 비현실적”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지역 사회의 많은 사람이 이 잠수정(타이탄)에 대해 매우 걱정했다”며 “심지어 많은 심해 잠수 공학계의 최고 전문가들이 회사에 서한을 보내 승객들을 태우는 것은 너무 실험적이고 인증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지적했다.
또 타이탄 탑승자 중 한 명인 프랑스 국적의 폴 앙리 나졸레를 25년간 개인적으로 알고 지냈다며 “그가 이렇게 비극적으로 죽은 것은 감당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며 슬퍼했다.
캐머런 감독은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도 “우리는 이와 같은 사고를 본 적이 없다. 이런 깊이에서 사망 사고가 일어난 적이 없을 뿐 아니라 내파(implosion·외부 압력으로 구조물이 안쪽으로 급속히 붕괴하며 파괴되는 현상) 사고도 발생한 적이 없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실제 잠수정 전문가로 알려진 캐머런 감독은 5명을 태울 정도로 큰 물체가 내파할 경우 “다이너마이트 10상자가 폭발하는 것과 같은 극도로 격렬한 사고였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심해 잠수정을 관광용으로 개발하면서도 제대로 된 안전 인증을 받지 않은 타이탄 운영사 오션게이트의 스톡턴 러시 최고경영자(CEO)에 대해서는 강도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캐머런 감독은 ‘안전 규제가 혁신에 장애물이 된다’는 러시 CEO의 생전 발언을 가리켜 “원론적으로는 동의하지만 유료 고객을 잠수정에 태울 때, 당신을 믿는 무고한 손님들을 태울 때는 그런 스탠스를 취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2년 자신이 설계한 실험용 잠수정을 직접 몰고 태평양 심해를 탐사했던 캐머런 감독은 “실험용이고 과학 임무를 수행하는 목적이었기 때문에 안전 인증을 안 받았다”면서 “하지만 승객을 태우는 잠수정을 설계하면서 인증받지 않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타이탄 잠수정의 경우 탄소섬유 합성물을 사용했다는 것이 구조적 문제로 지목됐다. 탄소섬유는 강철, 알루미늄보다 가벼워 항공우주산업에서 많이 이용되지만, 강도는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탄소섬유 합성물은 수중에서 압력을 받으면 (버티는) 힘이 없다”면서 오션게이트가 타이탄 선체에 부착한 센서를 통해 위험이 감지되면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다고 광고한 데 대해서도 “이것은 단지 선체가 곧 내파할 것이라고 알려주는 경고시스템일뿐”이라고 말했다.
캐머런 감독이 1997년 연출한 영화 타이타닉은 아카데미상 작품상과 감독상 등 11개 부문을 휩쓸었고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호화 유람선 타이태닉호는 1912년 영국에서 뉴욕으로 향하던 중 빙하에 부딪혀 침몰해 승객 1천5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캐머런 감독은 과거 타이태닉호 잔해를 보려고 잠수정으로 여행했었다고 AP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