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미국 전역을 공포에 휩싸이게 했던 ‘타이레놀 독극물 살인 사건’의 유일한 용의자가 본격적인 수사 재개를 앞두고 사망했다.
시카고 트리뷴과 AP통신 등 언론은 10일 사법당국 발표를 인용, 1982년 시카고 주민 7명의 목숨을 앗아간 캡슐형 타이레놀 독극물 오염 사건의 용의자 제임스 루이스(76)가 전날 오후 4시께 보스턴 교외도시 케임브리지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장거리 출타 중인 루이스의 아내가 ‘남편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상태 확인을 부탁해 가보니 루이스가 숨져있었다”며 타살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추정했다.
트리뷴은 루이스가 심장질환 전력이 있고 최근 건강이 좋지 않았다고 전했다.
루이스는 1982년 9월 말부터 10월 초 사이 시카고 지역에서 유통된 타이레놀에 흔히 청산가리로 불리는 사이안화칼륨을 주입, 7명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1982년 9월 29일 시카고 교외도시 엘크그로브빌리지의 12세 소녀가 감기 기운을 느껴 타이레놀 2알을 먹고 등교했다가 쓰러져 숨졌고 이어 19~35세 성인 남녀 6명이 약국체인 또는 슈퍼마켓에서 구입한 타이레놀을 먹고 잇따라 사망했다.
수사당국은 누군가가 통 속에 든 타이레놀 캡슐을 열어 청산가리를 채워 넣고 매장 진열대에 가져다 놓은 것으로 추정했다.
검찰은 루이스의 외동딸 토니가 다섯살이던 1974년 심장수술을 받은 후 봉합사가 끊어져 사망한 사실과 관련 “루이스가 봉합사 제조사인 ‘에시콘'(Ethicon)의 모기업이자 타이레놀 제조사인 ‘존슨앤드존슨'(J&J)에 원한을 품고 금전적 보상을 요구하며 벌인 일”로 보고 있다.
루이스는 1982년 10월 1일 J&J에 딸의 죽음과 관련한 항의 메일을 보냈다가 강탈 시도 및 우편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고 연방 교도소에서 12년간 복역한 후 1995년 10월 출소했다.
그러나 루이스는 독극물 주입 및 살인 혐의는 부인했으며 이와 관련해서는 40년 이상 유력 용의선상에만 올라 있을 뿐 단 한 차례도 기소되지 않았다.
루이스는 외려 수사당국자들에게 타이레놀 캡슐을 열어 청산가리를 주입할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해주면서 “수사 당국이 당시 사건에 대한 조사를 J&J 자체에 맡겨서는 안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웹사이트를 개설·운영하기도 했다.
시카고 CBS방송에 따르면 수사 당국은 “사건 발생 40주년을 맞은 작년 9월 비공개 수사를 재개, 충분한 정황증거를 확보하고 오는 9월 루이스를 독극물 주입 및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할 예정이었다”고 밝혔으나 루이스가 숨지면서 모든 계획이 백지화 됐다.
한편 이 사건으로 J&J는 당시 미 전역에서 유통 중이던 타이레놀 3천100만 병을 전량 회수하고 캡슐형 생산라인 폐쇄·광고 중단 조치를 내렸다.
이후 처방전 없이 약국 진열대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의 포장·유통 및 소비 방식이 변화됐다.
하지만 지금까지 많은 이들의 등골을 오싹하게 하는 사건의 전모는 결국 미궁으로 남게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