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민생활하면서 알아둬야 할 세사람이 의사, 변호사, 회계사라고들 한다. 의학, 법률, 세금 분야는 이민생활에 대단히 중요한 분야인데도 영어로 이뤄지고 있어, 일반 한인 이민자들은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애틀랜타와 같은 한인타운은 다행히 한국어가 유창하고 훌륭한 자격을 갖춘 전문인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한인타운을 조금만 벗어나도 그런 사람들을 찾기는 쉽지 않다. 앨라배마나 사바나 한인들 카카오톡 채팅방에서는 “몸이 안좋은데 주변에 어디 한국말하는 의사 선생님 없으시냐? 꼭 애틀랜타까지 차타고 올라가야 하나”는 질문이 올라온다.
이러한 상황은 한인 이민자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센서스에 따르면 영어를 잘 구사하지 못한다(less than very well)고 답한 인구가 2억5500만명에 달한다. 이처럼 영어 이외의 언어를 구사하는 인구는 1980년부터 2019년까지 두배로 늘어났다.
현재 미국 인구 가운데 6800만명이 영어 이외의 다른 언어를 구사한다. 영어를 제한적, 또는 전혀 구사하지 못하는 인구(limited or non-English speakers)는 중국, 한국, 베트남계가 1위부터 3위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러시아, 폴란드, 슬라브계, 스패니시였다.
의료 분야로 가면 문제가 커진다.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의 잉그리드 J 홀 박사(Dr. Ingrid J. Hall)는 유방암 조기검진 캠페인을 시행하던 중, 영어가 서툰 이민자들에 주목했다. 그 결과 그는 영어가 서툰 히스패닉 이민자들의 의료서비스 문제에 대한 연구를 발표했다.
홀 박사는 3개 대조군을 만들어 서로를 비교했는데, 백인 인구의 84%가 일상생활 의료서비스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영어를 유창하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구사하는 인구는 78%가 그렇다고 답했다. 영어를 못하는 히스패닉의 경우 69%만이 의료서비스를 받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이민자들의 언어 문제는 의료 뿐만 아니라 교육, 보험 커버리지 등 다른 분야까지 영향을 끼친다”고 지적했다.
스탠퍼드 대학의 라타 팔라니아판 박사(Dr. Latha Palaniappan)는 영어를 못하는 사람이 미국 인구의 상당수를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그런 이유 때문에 보건의료 서비스를 덜 받게 되어 환자 만족도가 낮아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를 구사하는 아시안 환자들을 연구하기 위해 스탠퍼드 대학 아시안 연구교육센터(Stanford University CARE)를 설립하기도 했다.
통계적으로 볼때 통역이 없는 영어능력 부족 환자는 입원기간이 3일 이상 늘어나며, 심장관련 질환의 경우 재입원 확률도 3배 이상 늘어난다고 그는 지적한다. 그는 “어포더블 케어 법(Affordable Care Act)은 의료기관이 영어를 구사못하는 환자들에게 무료로 통역을 제공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로 의료기관 통역을 이용하는 한인 이민자들은 드물다. 불편하기도 하고 추가로 돈이 들까봐 걱정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대신 많은 한인들은 병원에서 영어가 필요할 때 아들딸 등 가족을 이용하곤 한다. 전국히스패닉 의료인연합(NHMA)의 회장인 엘리나 V 리오스 박사(Dr. Elena V. Rios)는 메디케이드로 통역 서비스를 커버하는 주가 15개주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그는 또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를 구사하는 의사와 간호사를 더욱 많이 채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지적한다.
한인들도 이제는 의료나 법률 현장에서 통역을 미리 요구할 때다. 최근 대부분의 의료 현장 및 법원, 경찰에서는 요청할 경우 전화 등으로 한국어 통역을 제공해준다. 사실 의료 현장에 통역이 동반하면 좋겠지만, 기술이 발달한 요즘은 전화 또는 원격 비디오 통역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한인들도 세금을 내는 만큼 권리를 요구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