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인 10명 중 4명 교회 봉사
중장년 많아, 연령 구조 반영
교회 봉사 ‘찬양팀’ 가장 인기
의무감, 교회 적응 위해 봉사도
봉사 그만 두는 이유 ‘시간 부족’
번 아웃 경험자 “교회 가기 싫어”
교회 봉사 이면에는 기쁨과 부담감이 공존한다. 섬김인가, 노동인가. 소위 기독교에서 언급하는 ‘은혜’를 받으면 봉사가 즐겁고, 과하면 어느 순간부터 부담을 느끼게 된다. 교회 봉사 여부는 한편으로는 신앙의 척도로 여겨진다. 교회 활동에 깊이 참여할수록 봉사 참여 빈도 역시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한국의 목회데이터연구소(대표 지용근)가 최근 개신교인의 교회 봉사 실태와 인식이라는 주제로 조사를 진행했다. 보고서 분석을 통해 교인들의 교회 내 봉사에 대한 각종 인식을 살펴봤다.
목회데이터연구소 측은 현재 교회에 정기적으로 출석하는 한국의 교인들에게 봉사 여부를 물었다.
개신교인 10명 중 4명(44%)은 “현재 출석중인 교회에서 봉사자로 활동중”이라고 답했다.
반면, ‘과거에는 봉사를 했지만 지금은 하지 않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43%였다. 교회 봉사 경험이 전혀 없는 응답자는 13%로 나타났다.
젊을수록 교회에 봉사하는 비율은 낮았다.
연령별 분포를 살펴보면 60세 이상(34%)의 봉사자가 가장 많다. 이어 50대(24%), 40대(17%), 30대(14%), 19~29세(10%) 등의 순이다.
한인 교계에서 전도사로 사역중인 제이슨 최(31)씨는 “요즘 교회마다 청년 교인들이 감소하다 보니 봉사자들도 부족하다”며 “주차봉사나 음식 마련 사역도 중장년층 교인들이 주로 담당하고 있는데 이는 오늘날 교회의 연령 구조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봉사 참여는 교회내 직분(집사ㆍ권사ㆍ장로 등), 교인의 경제력 등이 비례하는 경향을 보였다.
먼저 교회내 핵심 직분인 중직자 중 79%가 교회내에서 봉사자로 활동중이다. 이어 집사(49%), 일반 교인(25%) 등의 순이다.
자신의 경제적 수준을 ‘상 또는 중상’이라고 답한 응답자 중 53%는 교회내에서 봉사를 하고 있다. ‘하 또는 중하’라고 답한 응답자 중 봉사를 하고 있는 경우는 39%에 불과했다.
또, 매달 헌금을 220달러 이상(한화 약 30만 원) 내는 응답자 중 67%가 봉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목회데이터연구소 보고서에는 “직분이 높을수록, 헌금액이 많을수록, 교회 규모가 작을수록 봉사활동 참여도가 높게 나타났다”며 “또한 경제력이 높은 교인일수록 교회 봉사 비율이 높은 특징을 보였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교회 봉사 중에는 ‘찬양팀’이 인기가 많다.
현재 참여하고 있는 교회 봉사를 유형별로 살펴보면 찬양팀(성가대ㆍ찬양팀ㆍ교회 반주)이 47%로 가장 많았다. 이어 교회 봉사부(38%ㆍ주방 및 사회 봉사 등), 교육부 교사(28%), 소그룹 리더(24%), 예배 운영 부서(21%), 교회 시설 관리(13%), 새교인 관리(10%), 선교부(10%) 등의 순이다.
교인들에게 왜 봉사를 하는지에 대해서도 물었다. 신앙과 의무 때문이라는 답변이 눈에 띈다.
먼저 ‘봉사자로 섬기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36%)’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이어 ‘나의 신앙을 성장시키기 위해(27%)’ ‘성도로서 해야할 것 같은 의무감에(23%)’ ‘교회 생활 적응을 위해서(7%)’라고 답한 응답자도 있었다.
젊은층의 경우 신앙의 성장을 위해 봉사를 선택하는 특징을 보였다.
19~29세 사이 응답자 중 37%가 개인의 신앙 성장을 위해 봉사를 선택했다. 이어 30대(34%), 40대(30%), 50대(19%) 등의 순이다.
교회 봉사에 대한 인식도 다양했다.
현재 교회에서 봉사를 하는 교인(중복응답 가능)들은 ‘교회 봉사활동은 성도의 의무(85%)’라고 여겼다,. ‘교회 봉사를 열심히 하면 축복을 받음(72%)’ ‘교회 봉사자가 봉사를 안 하는 교인보다 신앙이 더 성숙함(67%)’ 등의 응답도 절반 이상이었다.
오렌지카운티에 사는 기독교인 이은정(41)씨는 “교회에서 성경공부 반을 하면서 유년부 교사로 섬겼는데 신앙이 깊어질수록 은혜를 나누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며 “때론 과하다 보면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봉사를 안 하는 것보다 오히려 성숙해지는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목회데이터연구소측은 교회 내에서 봉사 시간을 줄이고 싶은 이유에 대해서도 물었다.
가장 먼저 ‘체력적으로 지쳐서(30%)’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또, ‘시간을 너무 뺏겨서(22%)’ ‘개인 신앙 성장에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아서(17%)’ ‘사람과의 관계가 불편해져서(16%)’ ‘정신적으로 지쳐서(11%)’라고 답한 응답자도 있었다.
교회 봉사는 교인들의 삶에도 영향을 미친다.
우선 번아웃을 경험한 응답자 중 무려 63%는 교회 내에서 2개 이상의 봉사를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번아웃 경험자 2명 중 1명은 “교회 봉사로 인한 번 아웃으로 직장 또는 일상도 지장을 받았다”고 답했다.
봉사자로 활동하다가 지친 응답자 중 66%는 “교회에 가는 것이 즐겁지 않다”고 답해 의무와 부담으로 인한 중압감이 심한 것을 알 수 있다.
한인 2세 조나단 윤 목사는 “봉사를 하고픈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겨야 하는데 이를 교회나 목회자가 재촉을 하다 보니 번 아웃 등의 폐해가 많다”며 “요즘 교회들은 봉사를 신앙심 고취를 위한 수단으로 여기기보다 각자 주어진 역량에 맞게 삶에 방해가 안 되는 선에서 권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봉사에 대한 압박감은 젊은층에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교회에 출석하는 대학생 중 42%가 “청년들에게 교회 봉사에 대한 부담을 너무 준다”고 응답했다. 젊은 세대의 경우 교회 봉사에 대해 느끼는 부담감이 기성세대보다 훨씬 더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반면, 현재 교회 내 비봉사자들에게도 견해를 물었다.
목회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비봉사자 교인 10명 중 6명(59%)은 기회가 된다면 봉사할 의향이 있다.
봉사를 안 하는 이유에 대해 물었더니 ‘봉사할 정도로 신앙이 있지 않아서(19%)’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할 수 있는 게 없어서(15%)’ ‘시간 뺏기는 것이 싫어서(12%)’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ㆍ아무한테도 봉사활동 권유를 받지 못해서(각각 7%)’라고 답한 응답자도 있었다.
한편, 이번 조사는 지난 6월2~8일까지 한국에서 진행됐다. 19세 이상 개신교인(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신뢰도는 95%(표본 오차ㆍ ±3.1%)다.
LA지사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