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 등 미국의 주요 대학이 지원자들의 에세이에서 ‘정체성’과 ‘성장 배경’에 대한 질문을 강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신입생 선발 때 적용해온 소수인종 우대정책 ‘어퍼머티브 액션’이 연방 대법원의 위헌 판결로 금지된 이후 교내 인종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한 대안으로 풀이된다.
뉴욕타임스(NYT)는 14일 하버드대 등 미국 20여개 주요 대학이 올해 신입생 선발 과정에서 예년과 다른 에세이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하버드대 지원자들은 지난해까지는 1개의 에세이를 제출하면 됐지만, 올해부터는 학교 측이 준비한 5개의 질문에 대한 에세이를 각각 내야 한다.
‘현재의 당신을 만든 인생 경험이 앞으로 하버드대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 설명하라’는 것이 에세이의 첫 번째 항목이다.
구체적으로 ‘인종’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지원자 판단에 따라서는 인종 등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소개도 가능한 질문이다.
듀크대의 질문은 하버드대보다 더 직접적이다.
듀크대는 지원자에게 ‘당신이 다른 사람과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과 그것이 당신의 삶에 미친 영향을 자유롭게 기술하라’고 주문했다.
다트머스대는 “당신이 성장한 환경과 당신이 받은 영향을 자세히 설명하라”고 주문했다.
이 같은 대학들의 질문은 합법적으로 지원자의 인종을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대법원은 소수인종 우대정책에 위헌 판결을 내리면서도 판결문에 “지원자의 전체적인 삶이라는 맥락에서 인종이 언급될 수 있다”고 기술했다.
대법원의 기준에 따르면 하버드대 등이 요구한 ‘인생 경험’ 등에 대한 자기소개서에서 지원자가 자신의 인종을 밝히는 것은 법적으로 허용되는 범위라는 것이다.
입시 전문 변호사인 이샨 바바는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느냐는 상당히 주관적인 문제”라며 “학교마다 판단이 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하버드대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위헌 판결을 끌어낸 단체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Students for Fair Admissions)은 즉각 대처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단체는 “하버드대 등의 자기소개 질문은 지원자의 인종을 밝히도록 유도하는 속임수”라고 반발했다.
일부 대학들은 자기소개 질문 변경으로 인한 역풍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현재의 당신을 만든 정체성과 인생 경험을 소개하라’는 질문을 한 존스홉킨스대는 홈페이지를 통해 “인종뿐 아니라 지원자의 모든 배경을 기술 할 수 있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게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