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 치료에 사용되는 뇌 수술을 통한 유전자 치료법을 알코올 중독 모델 원숭이에게 적용한 결과 음주량이 90%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오리건 보건과학대학(OHSU)·오리건 영장류 국립연구센터(ONPRC) 크리스토프 뱅키에비치 교수팀은 15일 유전자를 원숭이 뇌에 전달하는 수술로 알코올 섭취가 극적으로 줄어든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의학저널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게재됐다. 세포 성장을 유도하는 특정 유전자를 뇌에 주입하자 ‘쾌락 호르몬’이라 불리는 도파민 보상 경로가 재설정되면서 알코올 섭취가 크게 줄었다는 게 골자다.
알코올에 중독되면 도파민 분비가 감소한다. 알코올을 섭취하면 도파민 분비가 증가하기 때문에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 알코올을 더 찾게 되고, 이 과정에서 중독이 심화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도파민을 합성해 온몸으로 전달하는 뇌의 복측피개영역(VTA)를 손봄으로써 도파민 분비를 촉진하고, 이를 통해 알코올 섭취를 줄일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했다.
연구팀은 알코올에 중독된 붉은털원숭이의 VTA에 신경교세포 유래 신경영양 인자(hGDNF)로 알려진 단백질 유전자를 주입했다. 이는 파킨슨병 치료에 사용하는 시술이다.
실험에 사용된 원숭이는 모두 8마리로 실험 전 4% 알코올을 습관적으로 마시는 알코올 중독 상태였다. 이 중 4마리의 뇌에는 수술을 통해 hGDNF를, 대조군인 나머지 4마리에는 식염수를 주입됐다.
이후 4주 동안은 술을 주지 않고 4주 동안은 다시 술을 주는 주기를 반복하며 관찰했다. 그 결과 유전자 치료를 받은 원숭이들은 뇌에선 도파민 분비량이 증가해 알코올 섭취량이 대조군보다 9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hGDNF 치료를 받은 원숭이들은 혈액에서 알코올이 검출되지 않을 정도로 낮은 혈중알코올농도를 보였다. 반면 대조군 원숭이들은 주별·월별 알코올 섭취량과 혈중알코올농도가 지속해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뱅키에비치 교수는 “이 연구 결과는 유전자 치료법이 환자의 장기적인 치료 순응 없이도 음주 재발 없이 알코올 중독을 치료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치료법은 수술을 통해 뇌를 영구적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을 수반하기 때문에 가장 심각한 형태의 알코올 사용 장애 환자에게만 제한적으로 허용돼야 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