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재능있는 기업 돕고 싶어 첫발 내딛어”
“미국 금융계를 꽉 잡고 있는 유대인들은 자기들끼리 똘똘 뭉쳐서 서로 끌어주는데, 우리 한국인들은 그런 게 별로 없습니다. 저는 특히 한국의 젊고 재능있는 기업인들을 돕고 싶어서 그 첫발을 내딛게 됐죠.”
제니 주 ‘코리아 콘퍼런스’ 회장은 17일 로스앤젤레스(LA) 베벌리힐스에서 열린 ‘2023 코리아 콘퍼런스’ 행사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이날 행사는 주 회장이 한국의 유망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비영리법인 ‘코리아 콘퍼런스’를 지난해 3월 설립한 뒤 처음으로 연 스타트업 소개 무대였다. 독보적인 기술이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갖고 창업한 젊은 스타트업 8개 기업이 참여해 세계적인 ‘큰손’인 투자자 100여명 앞에서 사업 내용과 향후 계획을 설명했다. 기업들의 발표가 끝난 뒤에는 투자자들과의 일대일 면담 자리도 마련됐다.
이날 참석한 투자자들은 주 회장이 그동안 미국 금융계에서 활동하며 다진 인맥을 동원해 초청한 인사들이었다. 한국에서 이화여대 약대를 졸업하고 1980년대 미국으로 건너온 주 회장은 캘리포니아 퍼모나 칼리지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딴 뒤 1996년부터 금융계에 진출했다. LA 베벌리힐스를 주요 무대로 UBS, 모건스탠리, JP모건 등 주요 금융회사들을 거치며 자산관리 전문가로 성공 가도를 달려왔다. 지금은 세계 최상위 부호들의 자산을 관리하는 ‘패밀리오피스’ 설립 회사인 ‘보어스 클럽'(Boars’ Club)의 글로벌 비즈니스 투자총괄을 맡고 있다.
그는 2006년부터 베벌리힐스에서 영향력 있는 인사들을 불러 모임을 열면서 이들이 사업상 도움을 주고받도록 네트워킹을 돕는 역할도 해왔다고 했다. “누군가 그러더라고요. 제가 여는 파티에서 일어나는 일이 ‘이스라엘 콘퍼런스’에서 하는 일이랑 똑같다고. 이게 유대인들이 이스라엘 스타트업을 미국에서 소개해 성장시키는 통로인데, 생각해보니 정말 부럽더라고요. 저도 제가 가진 네트워크를 이용해 이런 플랫폼을 만들고, 젊은 세대들이 자기 꿈을 실현하는 데 일익을 담당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코리아 콘퍼런스’를 창립하게 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실제로 2007년 이스라엘에서 설립된 스타트업 웨이즈는 ‘이스라엘 콘퍼런스’를 통해 미국에 소개된 뒤 사업을 확대해 2013년 구글에 11억달러에 인수되는 성과를 거뒀다.
주 회장은 “한국에는 젊고 똑똑하고 장래성이 보이는 친구들이 아주 많은데, 물이 98도(섭씨)로 뜨거워도 2도가 더 올라가지 않으면 못 끓는다”며 “나는 0도를 100도로 끌어올릴 수는 없지만, 2도 정도 더 올려서 끓게 해줄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은 이게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며 “이렇게 여기서 장을 만들고 뭉쳐 놓았으니 이제는 한국 정부나 기관, 기업에서 관심을 갖고 같이 굴려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