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25일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다고 확신할 때까지 긴축적인 수준에서 통화정책을 유지하겠다”라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이날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주최로 열린 경제정책 심포지엄 개막 연설에서 “적절하다고 판단되면 우리는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 준비가 돼 있다”며 이처럼 말했다.
그는 현 물가 수준에 대해 “인플레이션이 고점에서 하락한 것은 반가운 진전이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6∼7월 근원물가 상승률이 둔화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면서도 “두 달간의 양호한 데이터는 물가가 목표치를 향해 지속해 하락하고 있다는 신뢰를 구축하는 것의 시작에 불과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전망과 관련해 “팬데믹 관련 왜곡이 완화되면서 인플레이션에 하방 압력을 주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그럼에도 긴축적인 통화정책은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을 목표치인 2%로 지속 가능하게 낮추려면 추세보다 낮은 경제 성장률과 노동시장 과열 완화가 필요하다는 게 파월 의장의 진단이다.
그는 “우리는 노동시장 재균형이 지속되고 있다고 기대한다”라면서도 “노동시장 과열 완화가 지속되지 않는다는 증거가 나온다면 이는 역시 통화정책의 반응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시장 진정 국면이 이어지지 않을 경우 추가로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의미다.
한편 파월 의장은 연준의 물가상승률은 목표치인 2%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경제계 일각에서 경제의 구조적 변화를 반영해 2% 물가 목표치를 현 수준보다 올릴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 제기됐으나, 이를 일축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 메시지와 동일하다” 매파적 입장 고수했지만 시장 전망과 대체로 일치
전 세계 경제·금융계가 주목하는 잭슨홀 연설에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첫마디는 “올해 연설이 좀 길 수는 있지만 메시지는 동일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 물가상승률을 2%로 떨어뜨리는 것이 연준의 정책목표이고, 연준은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연준이 물가를 끌어내리기 위해 기준금리를 2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연 5.25∼5.50%로 올렸지만, 필요할 경우 추가로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적절하다고 판단되면 우리는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 준비가 돼 있다”고 못을 박았다.
지난해 기록적인 인플레이션 속에 9.1%까지 치솟았던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최근 3.1%까지 하락했다는 점을 들어 긴축 완화를 주장하는 목소리에 분명하게 선을 그은 셈이다.
파월 의장의 이 같은 입장은 일부 경제 수치의 긍정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안정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4.7%에 달하면서 연준 목표치의 2배를 넘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이 통계수치는 연준이 중시하는 지표다.
다만 파월 의장은 자신의 발언이 추가 금리 인상이 확정된 것으로 해석되지 않도록 모호성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연준 이사들이 향후 회의에서 각종 경제 수치와 함께 경제 전망과 위험 요인들을 면밀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좀 더 긴축하거나, 혹은 일단 현재 상태를 유지한 채 추가 경제 수치를 기다릴지는 그때 가서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 대해 승리를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초부터 급격하게 기준금리를 올린 것처럼 강력한 긴축정책을 고수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여백을 남겨놓은 셈이다.
이날 파월 의장의 연설은 시장이 예상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평가다.
최근 연준 인사들이 매파적인 발언을 이어 나가고 있었기 때문에 통화정책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는 것이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주요 지수들은 파월 의장의 연설이 끝난 뒤 다소 하락한 상태이지만, 지난해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지난해 잭슨홀에서는 “일부 고통이 있을 수 있다”는 파월 의장의 발언 때문에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