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캘리포니아주 알바니 고등학교(Albany High School)에서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Instagram)을 둘러싸고 소동이 벌어졌다. 한 학생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흑인들에 대해 모욕적이거나 폭력을 암시하는 사진이나 동영상을 올린 것이다. 문제가 되자 이 학생은 “친구들의 관심을 끌고 싶어서”라고 밝혔다.
이 학생은 퇴학 조치당했고, 십여명의 ‘팔로워’ 학생들은 정학을 받았다. 정학 과정에서 수십여명의 학생과 학부모가 시위를 벌였고, 이 과정에서 폭력 사태도 벌어졌다. 퇴학당한 학생은 “학교측의 퇴학 조치는 학생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며 소송을 걸었지만 2022년 연방지방법원과 항소법원은 모두 이 학생의 주장을 기각했다.
이 사건은 한인 등 아시안 학생들도 많이 다니는 비교적 ‘리버럴’한 고교에서 발생해 충격을 주었다. 특히 이 사건은 지난 8월 뉴욕타임스까지 보도되면서 미국사회의 관심을 끌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학교내 폭력 및 괴롭힘(School Bullying)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학폭은 단순히 주먹 등 물리적 괴롭힘 뿐만 아니라 인스타그램, 틱톡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널리 퍼지고 있다. 뉴욕 타임스에 알바니 고등학교 사건에 대한 기사를 쓴 다쉬카 슬레이터(Dashka Slater) 작가는 “학생들은 학폭 가해자가 될수도 있고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며 “특히 평소에는 인종차별에 반대한다는 학생이 온라인에서는 인종차별적인 언사를 할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는 인종차별 등 극단적 표현이 더 관심과 인기를 끌기 때문에, 학생들의 인격이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이에 서로 달라진다는 것이다.
소셜미디어 상 극단적 게시물은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연방정부 보고서(Government Accountability Office)에 따르면 15세에서 25세 사이 미국인 4명 가운데 3명이 온라인에서 극단적 게시물을 본 적이 있으며, 이중 절반은 인종 또는 국적차별 게시물을 보았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캘리포니아주 민권부 베키 먼로(Becky Monroe) 부국장은 상당수 학폭 사건이 특정 인종 및 계층에 대한 혐오범죄(hate crimes)로 발전할 우려가 있으며, 이는 학교 뿐만 아니라 그 지역 커뮤니티 전체에 영향을 준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학폭과 혐오의 피해자는 한인을 비롯한 소수민족 학생들이다. 캘리포니아주 피드몬트 고등학교의 미나 페도(Mina Fedor) 학생은 코로나19 이후 아시안 학생들에 대한 혐오와 폭력이 늘어났다고 지적한다. 그는 학교에서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고 증언했다. 심지어 소수민족 학생이 다른 소수민족 학생을 괴롭히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라티노계 비영리단체 원 커뮤니티 액션(One Community Action)의 아나히 산토스(Anahí Santos)는 “안타깝게도 라티노 학생들이 아메리카 원주민이나 흑인을 차별하는 일도 많다”며 “괴롭힘 당하는 것보다는 먼저 괴롭히는 것이 더 쉽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학폭 문제를 해결하려면 먼저 소셜미디어 등 미디어에 대한 교육(media literacy for students)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슬레이터 작가는 “학생들은 피해자이자 가해자이기 때문에 학교와 사회가 이들을 처벌하는 것만으로도 끝나서는 안된다”며 “학교와 사회 차원에서 소셜 미디어 등에서 극단적 게시물을 구분하고 막는 미디어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한국에서 불어진 갖가지 학폭 문제도 학생과 학부모의 ‘카카오톡’으로 시작되었다. 거의 절대다수 학생들이 아직 인격이 발달중인 과정에서, 인스타그램, 틱톡 등 온라인에서 극단적 게시물에 노출된다. 언제나 주변의 관심을 요구하는 청소년들은 온라인에서 인기를 끌고자 아무생각없이 폭력적, 극단적 게시물을 투고하거나 ‘팔로우’하게 되며, 결국 학폭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최근 각종 공립학교에서 소셜미디어에 대한 교육 및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우리 학부모들도 가정에서 자녀가 소셜미디어에서 어떤 게시물을 올리고 보고 있는지 관심을 갖고 교육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