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 타격 더욱 심각…빈곤의 악순환 우려
조지아주가 속한 미 동남부 지역이 기후 위기에 가장 취약한 지역 중 하나로 꼽혔다.
13개 연방정부 산하 기구로 구성된 미국지구변화연구프로그램(USGCRP)이 최근 공개한 제5차 국가기후평가보고서(NCA5)에 따르면 동남부 지역은 앞으로 기후 변화로 인해 폭염, 해안 지역의 수면 상승, 허리케인 빈발 등의 사태를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또 기후변화로 인한 사회적 취약 계층의 건강 악화, 농작물 생산 감소로 인한 경제 위기 등의 사회적 위험 요인도 수반될 것으로 우려된다. 기후 위기가 일회성 재난으로 그치지 않고 빈곤의 악순환을 초래하는 사회적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보고서 작성에는 500명 이상의 필진이 참여했고, 기고자도 260명에 달했다. 네 번째 기후평가보고서는 2018년 트럼프 행정부 때 발표됐으나 이번 보고서는 그 때보다 훨씬 악화된 내용을 담고 있다.
▶길어지는 폭염= 포장 도로가 많은 대도시인 애틀랜타의 경우 60여년 전보다 폭염 일수가 약 8일 더 늘어났으며 폭염 기간은 80일 이상 길어졌다. 또한 밤 기온이 화씨 70도를 넘는 날 역시 1901~1960년 기간에 비해 8일 가량 증가했다. 기후 전문가들은 밤 기온이 상승하면 신체의 열을 식히는 회복 시간이 없어지기 때문에 한낮의 더위보다 더욱 위험하다고 우려한다. 애틀랜타 도심 기온은 열섬 현상으로 인해 주변 교외 지역보다 12도나 더 높아질 수 있다.
▶해수면 상승= 조지아주 해안 지역의 해수면 상승과 함께 폭우와 홍수 가능성도 높아졌다. 동남부 지역의 해수면은 1970~2020년 사이에 약 6인치(15cm) 상승했으며 2050년까지 2000년 해수면보다 16~23인치(15~58cm) 가량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만조 홍수'(high-tide flooding)가 현재보다 5~10배 더 자주 발생할 수 있으며, 내륙에서도 홍수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동남부 지역에서 집중호우가 가장 심한 1%의 물폭탄 양을 보면 20세기 중반 때보다 37%나 많아졌다.
▶농업경제 붕괴= 농업 중심의 동남부 경제 구조 역시 기후변화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조지아 경제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연간 740억 달러에 달한다. 기후변화로 농업이 위기를 맞으면 경제 전체가 어려워진다. 실제로 이례적으로 따뜻했던 지난 겨울 뒤에 기온이 뚝 떨어진 꽃샘 추위가 이어지며 조지아의 대표적 특산물인 복숭아와 블루베리 작물이 큰 손실을 입었다. 지난 9월에는 허리케인 이달리아로 인해 피칸 작황이 크게 어려워졌다. 보고서는 데이터 기반의 스마트 농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농업 중심에서 전기차(EV), 태양광 등 친환경 산업 중심의 경제구조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취약계층 타격= 기후변화의 위협은 사회적 취약계층에 더욱 심각하다. 애틀랜타 저널(AJC)은 보고서를 인용해 “흑인이 많이 거주하는 남부 지역은 평균 수명이 짧고 다양한 질병 문제를 가지고 있는 곳”이라며 “특히 당뇨병이나 심장질환 등은 온열 질환에 취약하다”고 전했다. 에번 말렌 조지아텍 도시기후연구소 분석가는 “폭염은 모든 이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는다”며 “평등을 고려하는 방식의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장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