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들처럼 조깅과 산책, 등산을 좋아하는 민족도 없다. 한국에서 ㅁㅐ일 아침 뒷산에 올라가 운동하고 약수물 뜨던 추억을 살려, 미국에 와서도 틈만나면 공원과 산을 찾아 달리기와 등산을 즐기며 건강을 챙긴다. 매년 마라톤에 출전하거나 험난한 등산에 도전하는 어르신들의 소식도 꾸준하게 들려온다. 이처럼 우리 한인들은 숲과 공원, 등산이 우리 몸에 좋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공원 대신 체육관에서 비싼 돈 내고 운동하는 타민족들에게는 이런 한인들의 모습이 신기하게 보이는 모양이다.
한인들의 숲과 공원 사랑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하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지난 7월 발표된 UCLA 연구결과에 따르면, 녹지에서 시간을 보낼수록 스트레스 감소, 운동 활동 증가, 사회적 유대감 강화 등의 효과를 거두며, 최근 기후변화에 따라 늘어나는 대기오염, 소음, 폭염으로부터 상쇄효과를 거둘 수 있다. 더 나아가서 도심내 녹지 접근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그 도시 주민들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이 향상된다고 한다.
예를 들어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LA카운티의 경우, 나무가 많이 심어진 비벌리 힐스 주민들의 기대수명은 90살이지만, 이곳에서 불과 15마일 떨어진 사우스 LA커뮤니티 주민의 기대수명은 77살에 불과하다. 이처럼 LA주민의 기대수명은, 부유한 말리부 지역 주민의 93살부터, 가난한 지역인 사우스 센트랄 지역의 68살까지 큰 차이가 난다. 주민의 기대수명을 결정하는데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나무와 숲의 접근성이 그 요인중 하나라도 UCLA 필딩 공공보건대학원(Fielding School of Public Health)의 마이클 자렛(Michael Jerrett) 교수는 지적한다.
자렛 교수는 “LA지역에 나무를 더 많이 심는 것만으로 지역 주민들의 기대 수명이 총 90만8800시간 연장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브렌트우드 등 부유층 거주지에는 나무를 더 심어도 기대수명 연장에 큰 차이가 없으나, LA카운티의 흑인, 라티노 거주지에 공원을 늘리고 나무를 더 심는 것만으로도 주민들의 총 기대수명은 16만4700년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UCLA 환경연구원(Institute of the Environment)의 존 크리스텐슨(Jon Christensen) 교수 역시 캘리포니아주가 연방과 주 예산 10억달러를 투입해 새 나무를 심고 기존 나무를 관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LA시 등 대도시 역시 나무심기와 공원 건립에 나서고 있다. LA시는 최근 도심공원 조성계획(Urban Forest Management Plan)을 세우고, 새로운 나무 심기, 기존 나무 관리하기, 도심 개발에서 녹지 보호하기, 녹지에서 커뮤니티 활동 개최하기 등을 추진하고 나섰다. 또한 공원수련프로그램(Garden Apprenticeship Program)을 통해 매년 350여명의 학생을 선발해 나무 관리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LA시 녹지담당관(City Forester) 레이첼 말라치(Rachel Malarich)는 “도심에 나무를 심으면 보통 18년이 가지만, 앞으로 매 5년에서 7년마다 나무를 관리할 것”이라며 “녹지 불평등 현상을 해소하고 주민들이 숲과 공원을 더 많이 찾을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옛 속담에1달러 짜리 나무를 심기 위해 10달러를 들여 땅을 파라는 말이 있다. 말하자면, 우리가 사는 곳을 푸르른 나무가 있는 곳으로 만들려면 나무 값의 10배 비용이 들어간다는 뜻이다. 또한 새로 심은 나무의 뿌리가 잘 내리게 하려면 땅에 구멍을 충분히 깊이 파고 영양이 풍부한 토양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나무를 심은 후 몇 년간 정기적으로 충분한 양의 물을 주어야 한다. 나무와 숲, 공원을 만드는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걸리는 만큼, 우리는 주변에 있는 나무의 소중함을 알고 적극 이용해야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