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애틀랜타 한인사회는 변화와 진통 속에 활로와 기회를 모색하는 분주한 한 해를 보냈다.
애틀랜타와 미 동남부 한인사회의 10대 뉴스를 통해 지난 한 해 부단히 노력해온 한인들의 성취를 돌아보고 미래에의 희망을 나누어 본다.
1. 동남부 최초 한인 시장 탄생 : 존 박 브룩헤이븐 시장
동남부 최초 한인 시장의 탄생은 올해 애틀랜타 한인사회의 큰 수확이었다. 지난 12월 5일 존 박 브룩헤이븐 시의원의 시장 선출로 지난 2016년 샘 박 주 하원의원의 하원 입성 7년 만에 ‘풀뿌리 정치’에서 또다시 개가를 올렸다.
한인커뮤니티는 박 당시 시의원의 출마 선언 시점부터 결선까지 총 7만여 달러의 후원금을 모금하고 한인 유권자들을 위한 자원봉사에 나서며 동남부 지역 한인 정치력 신장을 위한 단합된 의지를 유감없이 보였다.
2. 엽기살인 ‘그리스도의 군사들’ 충격 : 한국서도 원정 취재 경쟁
9월 12일 둘루스의 한 주차장의 차 트렁크에서 30대 한인 여성의 시신이 발견되며 시작된 이 사건은 체포된 용의자 6명 모두가 10~20대의 젊은 한인들이라는 것이 밝혀지며 한국에까지 충격파를 던졌다.
스스로를 ‘그리스도의 군사들(Soldiers of Christ)’로 칭한 용의자들은 한국에서 방문한 피해 여성을 지하실에 감금하고 종교적인 ‘입단 과정’을 강요하며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나타나 한국 사회와 언론의 주목까지 받았다. 이후 용의자들의 모친이 추가 체포되면서 11월 29일 귀넷 검찰은 중범죄 살인, 불법 감금, 시신 은닉, 증거변조, ‘리코(RICO) 법’ 위반 혐의로 7인의 용의자 전원을 기소했다.
3. 존 김 다단계 금융사기 사건 : 한인 시니어들 은퇴자금 피해
2022년부터 애틀랜타와 메릴랜드, 뉴욕 한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져 온 다단계 금융사기 행각이 발각돼 큰 충격을 주었다. CMP라는 이름의 온라인 투자업체를 통해 고수익 투자를 유도, 현금을 확보한 뒤 회사를 폐쇄하는 방법으로 한인 시니어들의 은퇴 자금을 갈취해 온 존 김씨는 지난 6월 다단계 투자사기 혐의로 구속되었으나 보석금 1만 달러에 석방됐다.
귀넷 검찰은 최대 26명의 피해자가 30여만달러를 갈취당했다고 발표했으나 피해자 대책위는 전국 500여명의 한인이 1천만 달러 이상의 사기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했다.
4. 36대 한인회장 선거 진통: 출마자격 시비로 흠집 남겨
내년 임기를 시작하는 36대 애틀랜타 한인회장 선거가 전례 없는 출마자격 요건 논란으로 얼룩졌다. 모처럼의 경선 예고로 관심을 모았던 이번 선거는 ‘4년 연속(2020~2023년) 한인회비를 납부한 정회원’ 으로 입후보 자격을 제한하며 이견을 낳았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회비 수거 및 명단 작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회비 납부 등의 증거 확보가 어렵다는 반론이 이어지며 선관원 내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위원회 측은 ‘한인사회에 대한 관심’의 척도로서 한인회비 납부 여부를 기준 삼겠다는 의견을 굽히지 않았고 결국 단일 후보인 이홍기 현 한인회장의 연임이 확정됐다.
5. 주요 리더십 교체 : 평통, 한국학교, 상의, 월남참전유공자회, 노인회
2023년은 한인회뿐 아니라 애틀랜타 주요 한인단체의 리더십 교체로 많은 변화를 겪은 한 해였다. 평화통일자문회의 애틀랜타협의회는 3회 연임의 김형률 회장에 이어 오영록 전 한인회장이 21대 회장으로 지난 9월부터 임기를 시작했고, 42년 역사의 애틀랜타 한국학교장은 심준희 씨가 지난 5월 취임해 가을학기부터 임기를 시작했다.
한인상공회의소는 26대 썬 박 회장의 뒤를 이어 한오동 신임 회장이 내년부터 2년간 상의를 이끈다. 미동남부월남참전유공자회도 지난 3일 여봉현 회장이 이임하고 송효남 회장이 취임했으며, 한인노인회는 14년간 회장직을 맡아온 나상호 회장이 8회째 연임을 확정하며 취임식을 가졌다.
6. 한인회관 공사·관리 문제 논란 : 관리위 집단사퇴
8월 한인회 산하 한인회관 관리운영위원회 위원들이 김백규 위원장을 필두로 집단 사퇴했다. 한인회는 주중광 조지아대학(UGA) 명예교수 부부가 회관 수리 명목으로 기부한 40만 달러로 회관 지붕 교체, 대강당 수리, 바닥 수리 등의 공사를 예정했으나 강당 음향 및 조명 보수 과정에서 관리운영위원회가 업체 입찰 없이 관리위원에게 시공을 맡긴 것이 빌미가 되어 이홍기 한인회장을 비롯한 집행부와 ‘잡음’이 발생했다.
한인사회 관계자는 “주먹구구식 공사 발주, 불분명한 책임 소재 등 한인회관 유지보수 역량의 총체적 부실이 드러난 사태”라고 지적하며 한인회관 관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7. 한인식당 할인메뉴 경쟁 : 팁 인상 등 열악한 환경 속 활로 모색
올해도 거듭된 금리 인상과 물가상승 여파로 한인들의 식당 비즈니스도 큰 변화를 겪었다. 재료비 상승에 인건비 부담으로 업주들은 불가피한 가격 인상이었으나 소비자들은 20~30% 이상 오른 음식값에 서비스팁 부담에 외식을 꺼리면서 식당 운영 악화를 부르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특히 서비스 팁의 의무화 관련한 시비와 논란이 잦아지면서 한인 식당 업주들은 고객 확보를 위한 고육책으로 $9.99 런치 스페셜 같은 할인메뉴를 경쟁적으로 선보이며 활로 모색에 고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8. 사바나 개발 본격화 : 현대차 입주 앞두고 관심 증폭
동남부 한인사회는 올해 현대 전기차 메타플랜트의 사바나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크게 들썩였다. 총 투자 규모 55억불에 8천여 개 이상의 신규 고용이 예상되는 대규모 한국 기업의 직접 투자에 비즈니스 기회를 찾는 한인들도 사바나 이주와 비즈니스 오픈 등으로 부산히 움직였다.
현대모비스, 현대트랜시스, 현대 글로비스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와 아진산업, 서연이화, 세원아메리카, 서한오토, 다스, 경신아메리카 등의 500여 한국 협력업체들이 사바나 진출을 확정하거나 예정하면서 인구 유입 기대감과 투자 기회 확대에 따른 주택과 고용 시장의 변화 기대로 크게 고무됐다.
9. 어거스타 한인회관 준공 : 한인회관 마련 모범사례
조지아주 어거스타 한인들의 ‘18년 염원’인 한인회관이 2월 개관식을 갖고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어거스타 한인회관은 지역 한인들의 힘만으로 개관해 더욱 의미가 크다. 한인회를 중심으로 한인들이 모금한 돈으로 단독 건물을 매입해 직접 리모델링을 진행했으며, 동남부 지역 세 번째 한인회관이 됐다.
지역사회의 구심점을 마련한 어거스타 한인회는 차세대 한글 교육, 한국문화 홍보 등의 활동을 벌이면서 제17회 세계한인의날 유공 정부 포상자로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여 미주 한인사회의 모범 사례로 평가됐다.
10. 마약 퇴치 관심 고조: 코야드 등 지속 캠페인
지난 4월과 5월 애틀랜타 중앙일보는 청소년 마약 예방 단체인 코야드(COYAD), 한인 봉사단체 미션아가페와 손잡고 ‘마약 없는 한인사회 만들기 캠페인’을 진행했다. 본지는 애틀랜타 한인사회의 마약 실태를 고발하는 특집 시리즈와 좌담회를 통해 커뮤니티에 마약 문제를 공론화함으로써 실질적인 예방과 퇴치 계획을 세우는 적극적인 행보를 이끌었다. 이후 마약 예방 세미나 등을 통해 한인들의 관심과 주의 환기를 지속하며 건전한 차세대 한인 사회 조성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정리=최주미· 윤지아· 장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