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해인 2024년이 밝았다. 미국 전역에서 프라이머리(예비선거)와 11월 대통령 선거, 상원, 하원, 지방자치단체 선거가 열린다.
코로나19 때문에 ‘락 다운’ 상태였던 2020 대선과 달리, 2024년 대선에는 치열한 대면 선거운동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민주, 공화 양당의 경쟁이 치열해 박빙 승부가 예상됨에 따라, 이전에는 소외되었던 한인 등 아시안 투표자에게도 선거운동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선거운동에 소외된 인구 가운데 하나는 장애인이나 노인이다.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이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은 선거권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투표소까지 나가서 투표하기 쉽지 않다. 특히 운전할수 없는 장애인이나 노인들은 혼자서 투표소까지 이동하기가 정말 쉽지 않다. 대중교통이 부족해서 자가용이 없으면 이동이 거의 불가능한 조지아, 앨라배마 등 남부 주라면 더욱 상황이 심각하다.
특히 앨라배마주의 상황에 주목할만하다. LA, 뉴욕, 워싱턴DC 등 대다수 대도시에는 지하철이 있고, 애틀랜타에도 MARTA가 있어 일단 메트로 애틀랜타에 최소한의 대중교통 수단은 깔려 있다. 그러나 앨라배마주 등 3개주는 대도시에도 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수단이 전무하다. 따라서 저소득층이나 장애인, 노인의 이동 및 투표 참가가 쉽지 않다고 비영리단체 앨라배마 어라이즈(Alabama Arise)는 지적한다.
앨라배마주의 특수한 상황은 법적인 문제에서 출발한다. 대다수 주정부는 대중교통 건설 사업에 유류세(gasoline tax)로 조성된 예산을 사용할수 있다. 그러나 앨라배마주만 특이하게 1952년 헌법에서 “유류세는 자동차 관련 사업에만 사용될수 있다”고 규정했다. 따라서 자동차와 직접 관련이 없는 지하철 등에는 유류세 예산을 사용할수 없다고 닐 래퍼리(Neil Rafferty) 앨라배마 주하원의원은 지적한다.
결국 앨라배마주의 버스 등 대중교통 수단은 주정부가 아니라 카운티, 시 예산으로만 운영되는데, 당연히 예산 부족으로 시설이 열악하다. 장애인, 노인을 비롯한 대중교통 시설도 부족하다. 앨래바마주 장애인의 32%는 스스로 운전할수 없는 상태다.
시각장애인전국연대(National Federation of the Blind)의 페시 가렛은 “해병대에 22년을 복무하고 은퇴했는데 시력이 나빠졌다”며 “앨라배마주에서는 집에 갖혀서 살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노인이자 장애인인 그는 지난 선거에서 휴스턴 카운티 대중교통부에 전화해 “투표하고 싶으니 교통편을 제공할수 있느냐”고 물었으나 거절당했고, 결국 자기돈을 내고 우버를 타고 투표소에 갈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 단체의 질 로시터(Jill Rossitor) 씨도 “시각장애인으로서 아이들을 공원에 데려가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축구, 치어리딩 등 애프터스쿨 액티비티에도 자녀들이 참가할수 없다”고 지적했다.
연방의회는 이런 문제점을 파악해 2022년 초당적 인프라 법(2022 Bipartisan Infrastructure Law)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2025년까지 대도시 대중교통 건설에 7600만달러의 예산을 투자한다는 법이다. 그러나 앨라배마주 연방의원 7명 중 6명은 이 법에 반대표를 던졌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대중교통 조성 수단을 확보하고, 장기적으로는 앨라배마주 헌법을 고쳐야 한다고 지적한다. 시각장애인인 바바라 마누엘은 “앨라배마주 헌법은 1952년에 머물러있는 실정”이라며 “앨라배마 정치인들은 자동차 열쇠를 놓아두고 일주일만 대중교통으로 출근해보라”고 지적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는 평범한 유권자들이 원하는 바를 정치인과 정부에게 전달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다. 한인사회 역시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과 노인 인구가 늘어나는 만큼, 이들을 위해 정부에 무언가를 요구할 때다. 올해 선거에서 한인 유권자들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 정치인 및 후보자들에게 어떤 공약을 내걸고 있는지 물어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