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고메리에 한인 단체 카톡방이 있다. 몇 년 전에 그런 곳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작년 여름에 한 지인을 통해서 나도 조인했다.
한국에서의 성장기보다 두배가 넘는 세월을 미국에서 성인으로 살았고 한인교회도 다니지 않고 영어권에 사는 나는 평소 한인사회와 멀찍이 서 산다. 그래서 1,800명이 넘는 한인들이 나누는 정보가 무엇일까 궁금했다.
불과 몇 사람이 정기적으로 올리는 똑 같은 비지니스 광고들에 조금 질렸지만 한인들의 관심거리인 간추린 뉴스와 정보는 미국 언론매체에서 본 기사를 새로운 각도에서 봤다.
그리고 많은 구인광고는 누구든 원한다면 일자리가 있다는 긍정적인 환경이고 중고물건 파는 정보를 보면 내 집안의 많은 여분의 물건들도 누군가에게 옮겨 가서 사랑을 받을까? 재미난 아이디어를 줬다. 암튼 다양한 정보를 접하면서 한인 이민사회의 실상을 엿보게 됐다.
하지만 조용한 내 생활에 ‘카톡, 카톡…’ 시끌해서 탈퇴할까? 망설이던 어느 날 어린아이들 책을 판다는 광고를 봤다. 순간 내 눈이 확 떠졌다.
내가 책을 좋아하니 손주들에게도 평소 장난감보다 더 많은 책을 사준다. 집에서 한국어를 사용하지 않는 어린 손주들이 한글 동화책을 통해서 무엇인가 새로운 책 읽는 맛을 볼 것 같아서 빠르게 연락하고 구입했다. 230권이 넘는 한국산 그림책 전집들을 트렁크에 꽉 싣고 집으로 돌아오며 무척 기분이 좋았다.
아이들의 시선을 잡을 산뜻한 색깔의 예쁜 그림책들은 생각보다 무거웠다. 힘겹게 모두 집안에 들여와 응접실 한쪽 벽에 쭉 줄을 세우니 마치 색다른 손님들이 찾아온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털썩 앉아서 내가 먼저 다 읽었다.
한국 전래동화나 세계 명작들의 간략한 스토리에 어울리는 재미난 그림들이 내 마음에 쏙 안겼다. 따뜻한 사랑과 웃음과 감동, 현명한 지혜와 올바른 가치를 담은 한국의 옛이야기들은 나를 동심으로 여행하게 했고 희망을 꿈꾸고 용기를 키우거나 모험을 즐기고 상상을 펼치게 돕는 명작들도 참으로 마음에 들었다. 내 아이들이 어릴 적에 이런 책들과 만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손주들 나이에 어울리는 주제로 책을 나누어서 큰딸네에 한 보따리 가져다 주고 또 작은딸네도 한 보따리 가져다 줬다. 직장과 집안일로 바쁜 딸들이 한국어에 서툴고 한글을 떠듬거리고 읽으니 솔직히 걱정이 됐다.
일단은 내가 가져다 준 책에 호기심을 보인 손주들에게 한글을 영어로 번역해서 읽어주니 한국의 옛이야기를 신기하게 들었다. 아이들 마음에 한민족의 얼을 심어준 기회였다.
그리고 언젠가는 아이들이 직접 한글을 읽게 되기를 바랬다. 사실 6살 큰손주는 지금 페어팩스에서 토요일 한글학교 열심히 다니며 한글을 배우고 있어서 곧 가능하다.
그래서 단체 카톡방의 정보를 주의 깊게 보다가 예쁜 세발 자전거도 구했고 아이들 동화책과 4달 아기에게도 좋은 책까지 다시 많이 구할 수 있었다. 젊은 엄마는 고맙게도 이것저것 공부가 되는 재료를 덤으로 더 챙겨서 줬다. 그 모든 것들은 마침 크리스마스와 연휴를 함께 보내려고 집에 오는 딸네들이 데려올 손주들을 위한 좋은 준비가 됐다.
또한 원목으로 된 책상과 의자 둘을 준다는 광고를 보자마자 “저 주세요” 부탁해서 얻었다. 앙증스런 책상과 의자들은 쉽게 가게에서 구할 수 없는 물품이라 내가 신이 났었다.
3살 손주의 방에 어울리는 푸른색 페인트칠을 하니 신선했다. 책상위에 커다란 붉은 리본을 올려놓고 찾아온 아이에게 줬더니 자신의 테이블을 가졌다며 무척 좋아하며 의자에 앉아서 책을 폈다.
이 아이는 책벌레다. 태어난 날부터 부모가 책을 읽어주어서 책을 무척 좋아하고 벌써 수백권의 책을 소유하고 있어도 정기적으로 서점을 찾고 또한 도서관 책을 빌려본다. 눈을 뜨면 책을 읽고 책을 읽다가 잠을 자서 침대에 늘 책이 흩어져 있다. 부모의 큰 근심은 아이의 시력을 보호하는 것이다.
이렇게 단체 카톡방을 통해서 나에게 책들과 자전거, 책상을 준 젊은 엄마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그들은 내가 손주들을 한국에 가까이 데려가는 기회를 주었고 내가 한인사회에 머물도록 도왔다. 그러니 어수선한 정보나 광고들이 많아도 한인사회의 정보방에서 서성거리는 재미를 어떻게 버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