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쿤 비행장에 내리니 기온이 화씨 83도, 1월 중순은 우리가 사는 곳에선 가장 추운 겨울인데, 칸쿤은 여름 기온이다. 겉옷을 벗고, 짧은 팔 셔츠로 갈아 입는 사람도 있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 고, 친구들이 간다고 해서 우리 부부도 4박 5일의 칸쿤 여행을 왔다.
버스를 타고 비행장에서 호텔로 오는 길가로 화려한 빌딩들과 명품백화점들이 보인다. 예약된 호텔(Riu Palace)에 와서 우리에게 배정된 14층의 방으로 갔다. “우리가 묵은 호텔 방들 중에 제일 화려하네!” 아내가 감탄한다. 방도 크고, 샤워 룸과 화장 실 옆에 물 마사지의 욕조가 따로 있다. 냉장고에 각종 음료수가 가득하고, 냉장고 옆 벽에는 여러 술병들이 꺼꾸로 매달려 있어 꼭지만 누르면 술이 쏟아진다. 호텔의 음식과 음료수는 우리가 낸 비용속에 포함되어 무료라 했다. 슬라이드 문을 열고 베란다 의자에 앉으니 에메랄드 빛 바다가 훤히 다 보였다. 5 스타 호텔은 화려하다.
반바지와 샌들을 신고 호텔 로비에 나가니, 수영복만 걸친 맨발의 여자들과 남자들이 오고 간다. 로비 구석에 있는 바에 가서 나도 앞 사람이 주문한 피나 콜라다 한 잔을 주문하니 무료다.
크고 작은 수영장이 13개가 있어 아기들은 물 장난치며 얕은 물에서 놀고, 수영을 하는 사람, 수영장 농구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가로 세로 질서 있게 서있는 해변가 팜트리들 그늘아래 야외 침상에는 벗은 사람들이 누어 자기도하고 옆사람과 이야기도 한다. 벗은 여인의 긴 머리와 팜트리 잎들이 바닷바람에 한쪽으로 날린다.
나는 샌들을 벗어 들고 맨발로 하얀 모래밭을 걸었다. 따끈하고 보드랍고 폭신한 고운 모래밭, 마른 모래밭 옆으로는 파도가 밀려오는 젖은 모래밭이다. 발가락 사이로 따스한 모래가 빠져나가는 느낌, 뒤꿈치가 모래 속으로 박힐 때 감각이 시원하다. 오랜 동안 양말과 신발 속에 갇혀 중노동만 하던 발이 바닷가 모래밭을 걸으니 치유 받는 기분이다.
일식, 이태리 식 전통음식점 같이 서브하는 음식점도 있지만, 뷔페 식당엔 다양하고 풍요로운 음식들이 있고, 웨이터들이 식당마다 정성껏 서브한다.
동료가 마시는 과일 주 이름이 ‘팔로마’이며, ‘C’를 이름 앞에 붙이면 잊지 않는다고 해서 바텐더에게 ‘C’는 묵음으로 팔로마를 주문하기 쉬웠다. ‘그냥 C팔로마해도 알아들어요’ 해서 우린 박장 대소했다. 한국에서 온 사람들, 독일, 영국, 불란서말을 하는 사람들과 어울려 평화롭게 휴식을 즐긴다.
햇볕 다스하고 바닷바람 시원한 하얀 모래밭을 맨발로 걸었다. 수영복만 걸친 벗은 여인들과 남자들이 다정하게 걷거나 비치 침상에 앉거나 누워있는 모습을 보니, 에덴의 해변이 생각났다. 지상의 천국이 있다면 바로 여기가 거기 같았다. 팜트리 그늘아래 비치 침상에 잠든 애인들 위로 팜트리 가지들이 햇빛을 막아 그늘을 만들어주고 바람으로 부채질하여 준다. 에덴 동산이 여기보다 더 평화로울까?
마야의 태양신전, 디즈니 랜드, 골프, 스노쿨링, 도시와 인근 섬 관광, 호텔 안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우리 일행은 선택하여 즐겼다. 나는 해변을 걷고, 카누도 타고, 수영도 하며 해변을 즐겼다. 해변의 모래밭을 걸으며 알았다. 5스타 호텔의 해변은 깨끗하고, 팜트리가 질서 있게 서있고, 나무 그늘과 바닷가에 비치 침대가 규칙적으로 놓여있으나, 등급이 낮은 호텔 해변은 그렇지 않았다.
60년 전만해도 초라한 어촌 마을을 멕시코 정부의 계획으로 세계적으로 아름답고 풍요로운 관광천국을만들어 매년 최소한 200만명의 관광객들이 세계 각국에서 와 즐기고, 70만명의 주민들이 살며 많은 관광 수입을 올리는 명소가 되었다고 한다.
평소처럼 아침 5시에 잠이 깬 나는 비치로 나가 새벽의 모래밭을 걷고, 비치 침상에 앉아서 파도 소리를 들었다. 따스한 바닷바람이 시원했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흔들리는 팜트리 잎사귀 사이로 별들이 보였다.
매일 새벽 바닷가 모래밭을 걷고 침상에 앉아 눈을 감고, 행복을 위해서 진실한 나를 찾는 작업을 했다. 오래 전부터 시작한 작업이 시원한 바닷바람 불고 파도소리 규칙적인 해변에서는 잘 진행되었다. 어려서 고난 중에 생존을 도왔으나 지금은 나를 옭아매는 올가미들을 하나씩 찾아서 풀어버리는 작업들, 아직도 계속된다. 공짜 좋은 음식 음료가 많아도 필요한 만큼만 취하게 된 것도 그런 과정의 한 결과다.
이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도록 노력하고 있다. 판단하고 비판하는 대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그들의 입장에 서 보는 훈련을 하고 있다. 그들을 여기까지 오게 한 원인들이 있고, 그 원인들은 그들의 탓이 아닐 수가 있다.
껍질속에 갇히고 옭무에 얽힌 진실한 나를 찾아 해방하고, 이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훈련이 계속되어 진실한 나 자신과 이웃을 사랑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