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튼 파크의 실내 피클볼장엔 사람들이 많이 온다. 코트가 두개, 코트마다 4사람이 둘씩 편갈라 게임을 하니, 같은 시간에 두 코트에 8명이 공을 칠 수 있다. 비가 오거나 추우면 백, 흑, 갈색, 황색 다양한 사람들이 30~40명 와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 게임 끝난 사람이 코트에서 나오면 기다리던 사람들이 서로 먼저 나가려고 왁자지껄 혼란하다.
에디라는 이름의 중년 백인남자가 자진하여 기다리는 사람들을 질서 있고 공평하게 게임을 하도록 노력했다. 그는 패들 4개가 들어가는 플라스틱 서류철을 여러 개 가지고 왔다. 먼저 온 순서대로 패들을 4개씩 한 팀을 만들어, 온 순서대로 팀 플라스틱 통을 놓았다가, 게임이 끝나면, 앞에 있는 팀을 순서대로 나가게 했다. 내가 먼저니, 네가 먼저니 언쟁이 적어 졌다. 그래도 자기가 먼저 왔는데 왜 뒤이냐고 불평하는 사람이 있다.
초보자가 어쩌다 잘 치는 사람들 틈에 끼면 부담되고, 잘 치는 사람이 초보자들과 쳐도 게임이 재미없다. 그 점을 고려해 에디는 공을 잘 치는 사람들끼리, 못 치는 사람들끼리 팀을 만들어 게임을 하도록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었다.
긴 송판 판때기 가운데 돌쩌귀를 고정하여 오른쪽 왼쪽으로 제킬 수 있게 했다. 돌쩌귀 양쪽에 플라스틱 상자를 3개씩 놓았다. 돌쩌귀가 오른쪽을 가리키면 오른쪽 제일 가운데 있는 팀이 게임하려 나가고, 다음은 돌쩌귀를 왼쪽으로 돌려, 다음에 자리가 나면 왼쪽 가운데 팀이 나가게 만들었다.
게임을 끝난 팀의 승자 2명의 패들은 왼쪽 끝 가장자리의 빈상자에, 패자 2명의 패들은 오른쪽 끝의 빈상자에 놓게 했다. 다음 팀에서 승자는 2명이 앞 팀의 승자 2명이 패들을 놓은 곳에 패들을 놓아 승자끼리 한 팀이 되고, 패자들도 같이 패자끼리 한 팀이 되도록 양편으로 갈랐다. 가운데 돌쩌귀를 오른편 왼편으로 돌려 교대로 돌쩌귀 가까이 있는 팀이 다음 게임에 나가고, 나간 팀의 패들의 빈 상자는 같은 쪽의 가장자리로 옮겨 새로운 승자와 패자 패들을 놓게 했다.
사람이 많이 온 날은 에디는 자기 자신은 게임을 하지 않고 패들 정리만 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질서 있고 공평하고 즐겁게 게임을 하도록 돕기만 했다. “에디, 너는 네 게임도 하지 않고 여러 사람들이 질서 있고 즐겁게 게임 하도록 플라스틱 서류철도 가져오고 방법도 고안해서 실시하고, 너 시의원에 출마해, 우리들이 표를 찍어 줄게.” 내가 농담했다. “그래, 우린 너 같은 희생적인 지도자가 필요해!” 옆에 있는 몇 사람도 동의했다.
에디가 앉았던 자리를 비우고 게임하려 나가면, 누군가 에디의 자리에 앉아 패들을 승자와 패자로 갈라 왼쪽 혹은 오른쪽 끝상자에 놓게 하는 일을 했다. 그렇게 몇 주가 지나가고 많은 사람들이 그 시스템에 익숙해져서 스스로 승자와 패자 박스에 패들을 놓았다. 몇 사람은 방법을 알려고는 하지 않고, 뭐가 이리 복잡하냐고 불평하기도 했다. 불평하는 사람들은 늘 같은 사람들 같다.
어느 날 김 장로님이 판때기를 만들어 왔다. 판때기 왼쪽은 화살표를 그리고 ‘Winners’, 오른쪽도 화살표를 그리고 ‘Losers’라 쓰고 가운데는 돌쩌귀를 달아 오른쪽 왼쪽으로 번갈아 돌리게 만들었다. 에디의 원리와 같으나 플라스틱 상자 대신에 패들을 4씩 쌓아 한 팀을 만들었다. 그 판때기를 공원 사무실 일정한 장소에 두었다가 필요할 때마다 가져다 쓴다.
여러 번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은 그 시스템에 익숙해서, 만약, 돌쩌귀가 달린 판때기가 없어도, 돌쩌귀 대신 가운데 패들을 하나 놓아 손잡이를 오른쪽 왼쪽으로 돌려가며 승자 팀과 패자팀을 질서 있게 게임장에 가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코트가 1개이든 6개이든 같은 방법을 쓰면 수준이 같은 사람들끼리 팀이 형성되어 공평하고 질서 있고 재미있게 게임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여러 사람들이 먼저 나가겠다고 혼란했던 문제를 풀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처음부터 가까이 지켜보며 배웠다. 비슷한 경우엔 나도 그 방법을 쓸 것이다. 그리고 여러사람들이 모이면, 에디처럼 헌신적인 리더도 있고, 그런 문제에 무관심하고 불평만 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 정상이라는 사실도 경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