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니뇨·’대기의 강’ 영향 1∼2일 비 더 내릴듯
서부 캘리포니아주에 강한 폭풍우가 덮쳐 피해가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캘리포니아 북부 지역에서는 강풍으로 1명이 사망하고 대규모 정전이 발생했으며, 로스앤젤레스(LA) 등 남부에서는 기록적인 폭우와 그에 따른 국지적인 산사태로 주택들이 파손되고 도로 곳곳이 침수됐다.
5일 캘리포니아 북부 유바시티 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후 한 주택가에서 남성 1명이 쓰러진 나무에 깔려 숨졌다. 경찰은 당일 오후 7시께 신고를 접수해 출동했고, 집 뒷마당에서 이 남성이 매우 큰 삼나무 아래에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이 남성은 사다리를 이용해 집 위에 덮친 나무를 치우려다 변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일 이 지역에는 시속 80㎞의 강풍이 불어 나무가 쓰러진 것으로 추정됐다.
캘리포니아 중부 지역에도 허리케인급 폭풍이 불어 나무와 전신주들이 쓰러지면서 정전 피해가 속출했다. 정전현황 집계사이트 파워아우티지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서부시간) 기준으로 캘리포니아주의 총 52만4000여가구(상업시설 포함)에 전기가 끊긴 상태다. 캘리포니아 내 정전 가구는 전날 약 86만가구까지 늘었다가 복구 작업이 진행되면서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LA 일대에는 전날부터 산이나 언덕과 인접한 지역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리고 있다. LA 지방 기상청(NWS)에 따르면 LA 시내(DTLA)에 전날 하루 동안 내린 비는 4.10인치(104㎜)로, 역대 2월 강수량 기록 3위에 올랐다. 또 1877년 일일 강수량이 기록된 이래 10번째로 큰 수치로, 2003년 3월 15일 기록한 강수량과 동률을 이뤘다. CNN 방송은 이 강수량 기록이 2004년 12월 28일(5.55인치, 140㎜) 이후 최대치라고 전했다.
지역 일간지 LA타임스와 지역 방송 등은 할리우드 힐스와 샌타모니카산 일대에서는 산지와 언덕의 토사물이 쏟아져 내려 주택 여러 채가 파손되고 주민들이 급히 대피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LA 소방국에 따르면 이들 지역의 파손된 주택 9채에 긴급 대피 명령이 내려졌고, 주민 16명이 집을 빠져나왔다. 다행히 인명피해나 부상자는 없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LA와 오렌지, 리버사이드, 샌버너디노, 샌디에이고, 샌루이스오비스포, 샌타바버라, 벤투라 카운티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NWS는 이날 오전 단기 예보에서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생명을 위협하는 돌발 홍수가 계속된다”고 경고했다.
이번 폭풍우는 태평양에서 형성된 강력한 폭풍 시스템과 ‘대기의 강'(Atmospheric river) 현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기상 예보관들은 분석했다. ‘대기의 강’은 태평양에서 발원한 좁고 긴 형태의 비구름대를 일컫는 것으로, 지난해 겨울에도 10여차례나 발생해 캘리포니아에 큰 피해를 줬다. 대기의 강은 미시시피강의 20배 이상에 달하는 물을 나를 수 있는 ‘수분의 컨베이어 벨트’와 같으며, 수증기 형태로 존재한다고 CNN은 설명했다.
기후학자들은 전반적인 기후 변화로 기온이 따뜻해짐에 따라 대기의 강 현상이 이전보다 10∼40% 더 많은 비를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따뜻한 해수면 온도는 대기 중에 형성되는 폭풍우에 더 큰 에너지와 습기를 불어넣는다.
계속되는 지구 온난화와 함께 태평양에 강력한 엘니뇨(열대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은 현상)가 나타나면서 미 서부 해안에 영향을 주는 대기의 강 현상을 강화하고 있다고 학자들은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