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사법 리스크 계속…11월 대선 이후로 ‘재판 지연 전략’ 고수
미국 대통령의 재임 중 공무 행위는 퇴임 후에도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이 2심 법원에서도 배척당했다.
AP통신, NBC 방송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워싱턴 D.C. 연방 항소 법원 재판부는 6일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혐의 기소와 관련한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의 면책 특권 주장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통령직에서 퇴임함에 따라) 다른 형사재판 피고인이 보유하는 모든 방어권을 가진 ‘시민 트럼프’가 됐다”며 “대통령 시절 그에게 적용됐을 수 있는 면책 특권은 더 이상 그를 기소로부터 보호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는 현직 대통령이 아닌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결과 뒤집기 혐의에 대해 형사 재판정에 피고인 자격으로 서는 데 문제가 없다는 취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면책 특권 주장은 앞서 작년 12월 1심 법원에서 기각된 데 이어 이번에 2심 법원에서도 재차 기각됐다.
이번에 법원이 면책 특권 불인정 판단을 내린 건은 잭 스미스 특검이 작년 기소한 건에 대한 것이다.
2020년 대선에서 패배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州) 의원, 법무부 당국자,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 등을 압박해 대선 결과 인증을 방해하려 한 혐의로 기소된 것이 면책 특권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을 재판부가 내린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동안 대통령 재임 중 행한 직무 행위는 퇴임 후에도 면책 특권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며 사법처리의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그는 동시에 바이든 정부의 검사들이 자신의 대선 도전을 막기 위한 정치적 동기로 기소했다는 주장을 펴왔다.
앞서 지난달 1일에 1심 법원인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의 타냐 처트칸 판사는 “전직 대통령들은 연방 형사 책임에 대해 특별한 조건(면책 적용)을 누리지 못한다”며 트럼프 측의 면책 주장을 기각한 바 있다.
트럼프 대선 캠프의 스티븐 청 대변인은 연방항소법원의 결정이 나온 뒤 성명을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원의 이번 결정을 정중히 배척하며 대통령직과 헌법을 지키기 위해 상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 대변인은 또 “만약 면책이 대통령에게 적용되지 않는다면 향후 퇴임하는 대통령은 (퇴임) 즉시 상대 정당에 의해 기소될 것”이라며 “완전한 면책 특권이 없으면 미국 대통령은 역할을 적절히 수행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상소하면 이번 면책 공방은 연방 항소법원 전원 재판부 또는 연방 대법원 등 상급 재판부로 넘어가게 된다.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압도적 1위로 질주하며 공화당 대선후보 확정을 예고하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는 11월5일 치러지는 대선 이후로 형사 재판 개정을 지연시킨다는 전략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후보가 될 가능성이 확실시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 관련 재판의 정치적 민감성이 커지는 가운데 재판부도 심리를 서두르지 않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대선 뒤집기 시도 혐의 사건을 맡은 워싱턴 D.C. 연방지법의 처트칸 판사는 3월 4일로 잡혀있던 공판 일정을 최근 취소했고, 신규 일정을 제시하지 않았다.
이와 별개로 현재 연방대법원은 반란 가담 공직자의 공직 취임을 금지한 수정 헌법 제14조 3항을 트럼프 전 대통령에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검토를 진행 중이다.
수정헌법 제14조 3항은 헌법을 지지하기로 맹세했던 공직자가 모반이나 반란에 가담할 경우 다시 공직을 맡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12월19일 콜로라도주 대법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사기’ 주장으로 지지자들을 선동해 2021년 1월 6일 의회에 난입하도록 유도한 것은 ‘반란 가담’ 행위라고 보고 콜로라도주의 경선 투표용지에서 그의 이름을 빼라고 판결했다.
그러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판결에 불복해 지난달 3일 연방대법원에 상소를 제기하고 심리를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