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관관리위 주장에 이홍기 한인회장 반박 기자회견
“후원금 전혀 없어 당장 급한 운영비로 전용 지출
…비밀은행 계좌 터무니 없어, 개인명의 계좌 없다”
애틀랜타 한인회관 동파 피해 보상 명목으로 받은 보험금 15만 달러를 한인회장이 재무 보고 없이 ‘가로챘다’는 주장이 제기된데 대해 이홍기 한인회장이 8일 반박 기자회견을 갖고 횡령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 회장은 이날 오후 2시 한인회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하루 전 회관관리운영위원회 위원들이 제기한 보험금 재무 보고 누락, 한인회 명의의 비밀 은행계좌 개설 등의 의혹에 대해 해명하는 자리를 가졌으나, 기자회견장에 나온 회관관리위와 전 집행부 임원, 한인사회 원로들 등이 서로 격앙된 목소리를 쏟아내며 진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경성 이사장과 원로 인사들은 이 회장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한인회의 재무관리 투명성 등에 의문을 제기한 35대(2022~2023년) 집행부 임원들이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보이자 잠시 큰소리가 나기도 했다.
각종 질문이 난무하자 한 참석자가 일어서서 다른 발언자를 저지하고 있다.
먼저 이홍기 회장은 소방 스프링클러 파이프 동파 피해에 대한 보험사 클레임 진행 사실을 부인했다. 그는 “회관에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알리기 위해 사무국장이 보험사에 사진을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 보험 클레임 신청을 한 적이 없다. 그런데 몇달 후 체크가 와 있어서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편으로 수령한 ’15만8417달러’ 체크에 대해 “처음엔 스팸인 줄 알았다”고 말하며 “보험사에 물으니 보험금이 맞고, 꼭 건물을 고치는 데만 써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한인회 계좌에 넣고 한인회 운용자금으로 써도 상관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홍기 회장 측은 “지난해 일부 인사들이 연일 한인회를 비방하고 한인회장 흠집 내기에 앞장서다 보니 후원금이 한 푼도 들어오지 않았다. 우선 급한 대로 한인회를 유지하려면 한 달에 7000달러가 넘는 유틸리티, 보험료, 관리비, 1만5000달러가 넘는 건물 재산세 등이 등이 필요한데 일단 받은 보험금에서 지출했다”고 설명했다.
회관 수리 명목으로 받은 보험금이라고 밝히면 건물운영위원회 계좌로 들어가 다른 필수 유지 비용에 쓰지 못할 것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한인회 유지 비용으로 우선 쓴 것일 뿐, 후에 이사회에서 후원이 들어오면 나중에 보고할 예정”이라고 주장했다.
35대 집행부 “재정운용 투명성 부족이 근본 문제 …작년 3월 수령했는데 왜 해를 넘겨 보고 안했나”
한인회 측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보험금 체크는 지난해 3월 수령했으며, 해당 체크는 한인회 은행계좌에 지난해 4월 4일 입금했다.
그러나 이후 몇 차례 이사회 재무보고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 이 회장은 보험금 수령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허위 보고가 아니냐는 질문에 이 회장은 “허위 보고라는 표현은 쓰지 말아달라. 12월에 발표하려고 했으나 여러 가지 일이 있어서 못하게 됐다”며 “유감을 표한다”고 일축했다.
김민아 사무국장에 따르면 보험금 15만여 달러 중 4만 달러는 회관 관리운영위원회 은행계좌로 옮겨져 현재 입금돼 있다. 재외동포청에 회관관리를 위한 지원금을 요청하려면 신청액수에 상당하는 금액인 10만 달러를 건물관리 계좌에 예치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한인회 측은 설명했다.
이 회장은 김백규 전 위원장을 비롯한 전 관리운영위원회 위원들이 제기한 ‘비밀’ 은행계좌 주장에 대해 결백하다고 강조하며 현재 한인회 이름으로 만들어진 은행계좌 7개 중 혼자 이름을 올린 계좌는 없다고 주장했다. 김 사무국장은 “한인회는 비영리단체로서, IRS(국세청)에 모든 은행 계좌를 보고해야 한다”며 속일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35대 집행부 임원들이 8일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들은 ’15만 달러 보험금’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발표하며 한인회 내부에 재정 투명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이사회가 감사 역할을 충실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의 이같은 반박에 대해 기자회견장에 나온 일부 인사들은 한인회의 재정운영 투명성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으나, 일부는 “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혐의보다는 15만 달러가 있다는 게 중요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보험금 횡령 의혹을 제기한 김백규 전 위원장을 비롯한 건물관리운영위원회에 대해 “정작 관리위가 사퇴하면서 제출한 재무서류가 미비해 추가 서류를 요구했지만, 아직 서류가 들어오지 않았다. 김 전 위원장은 ‘손을 뗐으니 모른다’는 태도였다”며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취재, 사진 / 윤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