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에 출판되어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였던 〈화요일은 모리와 함께〉라는 책을 독서클럽 2월 모임에서 토론한다. 오래전에 읽은 책을 책장에서 찾아 다시 읽었다.
발과 다리가 마비되고, 그 마비가 점점 몸 위로 올라와 죽음에 이르는 불치의 병인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모리 교수는 의사들이 진단 한 대로 팔 다리를 못쓰게 되고, 대소변을 못 가리게 되고, 분명하게 죽어가는 자신을 확인한다. 몸은 죽어가지만 정신은 또렷한 병, 그 또렷한 정신을 가지고 죽어가면서 삶을 새로운 각도에서 보고 해석하는 기사가 텔레비전 ‘나이트 라인’에서 몇번의 연제로 다루어졌다.
기자이며 작가인 미치 앨봄(Mitch Albom)이 텔레비전에서 옛 스승인 모리교수의 이야기를 보고 스승을 찾아가 매주 화요일에 스승을 만나서 죽어가는 지성인의 시선으로 보는 죽음, 그리고 세상의 여러 문제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토론하고 그것을 책으로 엮었다.
사람이면 누구나 죽는다. 하지만 자신의 죽음을 의식하면서 사는 사람은 거의 없고, 죽음이 눈 앞에 임박하되 모리 교수처럼 정신이 멀쩡하고 몸이 마비되어 움직이지 못하게 되고, 아기로 났을 때처럼, 대소변을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며 살지만 정신은 성숙한 지성인인 그가 경험하고 이야기하는 내용이 나로 하여금 내 죽음을 더 가까이에서 생각하게 한다. 살아 있을 때의 장례식, 어떻게 죽어야 할지 배우게 되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배울 수 있다. 자신을 용서하고 남을 용서하기, 그에게 완벽한 하루, 그런 점들이 나를 돌아보게 했다.
모리 교수는 친구의 장례식에 가서, 친구가 아직 살아있을 때 장례식을 했더라면 친구와 더불어 그의 삶을 돌아보고 위로와 사랑을 주인공과 나누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모리교수는 어느 저녁 가족들과 친구들을 불러 자신의 장례의식을 했다.
장례식의 주인공인 자기가 아직 살아있어서 조객들과 인사를 나누고, 사랑을 나누고, 그의 삶을 친구들과 친척들의 시선으로 보기도 했다. 책 출판 이후에 여러 사람들이 살아 있을 때 장례식을 한다. 조그만 장례문화의 혁신이 일어난다.
치매, 사고사, 심장마비 등 갑작스러운 죽음이 아니고 정신이 말짱하게 죽는다면, 나도 아직 살아있을 때 장례식을 하면 어떨까? 사랑하는 사람들과 한세상 사는 동안 사랑을 나누어서 감사했다고 전하고, 시신처리는 가족들만 모여 조용히 하면 어떨까?
“어떻게 죽어야 할지 배우게 되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배울 수 있다”고 모리는 말한다. 내가 지금 이 시점에서 죽음은 자연의 한 과정이고, 나의 부모님이 죽는 과정을 경험했고, 나도 분명히 죽고, 죽음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에서, 내가 앞으로 살아 가는데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도록 노력하고 싶다. 이웃 할머니가 죽었어도, 유명한 대통령이 죽었어도, 세상은 변하지 않고 그대로 돌아간다. 내가 죽어도 세상은 그대로 돌아 간다. 나 중심의 자폐증 환상에서 벗어나 그대로 돌아가는 세상의 질서에 조금이라도 협조하고, 내 가족과 이웃에 사랑하는 한 몸짓이라도 더 하는 것이 의미 있지 않을까?
자기 자신을 용서하고 남도 용서하라고 모리교수는 말한다. 나 자신도 나의 죄들, 잘못들, 특별히 외부에알려질까봐 깊숙이 숨겨두었던 비밀들을 오래전부터 시간을 내어 돌아보았다. 약한 인간의 조건으로 악조건 속에서 생존한 나는 죄와 비밀들이 많았고,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저지른 죄와 잘못들을 이해하려 많은 책들도 읽고 자신을 돌아보며 뭉친 옹이를 풀어보려 노력하니 어느 정도 이해되고 용서가 되었다. 나를 용서하니, 남들도 이해하기 쉬워지고 용서하기 쉬워졌다. 용서하지 않은 죄 때문에 생기는 숨겨진 병들이 고쳐지기 시작했다.
죽음의 끝자락에 온 모리교수에게 제자 미치가 묻는다. 24시간만 건강해지면 어떻게 하루를 보내겠어요? 모리교수의 대답은 이렇다. 아침에 일어나 운동하기, 스위트 롤빵과 차로 아침 먹기, 수영하러 가기, 점심을 친구들과 함께하기, 한번에 한 두 가족들과 만나 이야기하기, 정원에 산책 나가 나무들과 새들 보기, 저녁 식사는 스파게티와 오리고기 먹기, 남은 저녁 시간은 좋은 파트너와 춤추기, 그리고 달콤한 잠 자기. 그게 다냐는 질문에 “그래 그게 다야”라고 답한다.
모리교수의 완벽한 하루, 그러나 병든 몸으로 할 수 없는 완벽한 하루가, 나에게는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모리교수처럼 몹쓸 병에 결리지 않았지만 나도 분명히 죽어 가고 있고 죽을 날이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나의 날들은 아직도 남아 있다. 남은 나의 하루 하루를 즐겁게 만들어 갈 수 있다. 많이 남은 나의 날들을 범사에 감사를 배우며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