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미양요 당시 미군에 빼앗겼다가 대여 형태로 반환된 어재연 장군기(수자기)의 소유권을 되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인천지역 6개 시민사회단체는 21일 인천시 남동구 전교조 인천지부 대회의실에서 토론회를 열고 어재연 장군기 영구 반환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어재연 장군기는 구한말 대표적인 수자기(대장의 깃발)로 1871년 신미양요 때 미군에 넘어갔다가 2007년 10월 한미 간 협의에 따라 장기 대여 형식으로 국내에 반환됐다.
미군에게 빼앗긴 어재연 장군기(수자기). 강화군 제공.
이번 토론회는 대여 기간 만료를 앞둔 수자기가 다음 달 중순께 미국 해군사관학교 박물관으로 돌아가는 것을 계기로 향후 대책을 모색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신미양요는 미국의 불법적 군사행동으로 규정할 수 있다”면서 “수자기를 전리품으로 강탈한 행위도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외교부와 문화재청·인천시·강화군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미 당국에 계속 반환을 요청해야 한다”며 “무명용사 묘를 국립묘지로 승격해 신미양요의 역사적 상징성을 강화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토마스 듀버네이 영남대 교수는 “2007년 7월 수자기가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기뻤으나 여전히 대여 상태인 것은 불만족스럽다”며 “이 깃발이 한국에 영구적으로 보관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토마스 교수는 1995년부터 신미양요 관련 연구를 진행하며 수자기 반환 운동에 나선 인물로, 미국의 부당한 침략과 약탈을 근거로 수자기 반환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어 신효승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수자기를 돌려받으려면 우리의 입장을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편적 관점에서 (미국이) 문화재를 반환할 수밖에 없도록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어재연 장군기는 2007년 장기 대여 형식으로 국내에 돌아온 뒤 국립고궁박물관과 인천시립박물관 전시를 거쳐 2010년부터 강화역사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되고 있다.
미국 해군사관학교 박물관 측은 2025년부터 3년간 예정된 ‘동아시아 특별전’에 어재연 장군기를 전시하기 위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자기 반납을 요청해왔다.
이에 따라 신미양요 이후 136년 만에 국내로 돌아온 수자기는 오는 3월 16일 미국으로 옮겨질 예정이다.
문화재청과 강화군은 해당 전시가 끝나면 대여 형식으로 다시 수자기를 들여올 계획이지만, 미국 해군사관학교 박물관 측은 일단 검토해보겠다는 의견을 전달한 상황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앞으로 수자기 환수를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며 “전문가와 시민사회가 긴밀히 협조해주면 장기 대여에서 나아가 영구 반환까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