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법집행기관에 ICE와 협력 의무 부여
경찰에 불체자 의심되면 검문·체포 권한
텍사스주의 초강경 이민자 단속법과 비슷
조지아대학(UGA)에서 발생한 간호대 여학생 레이큰 호프 라일리(22) 살해의 용의자로 베네수엘라 출신 불법 이민자 호세 안토니오 이바라가 체포된 지 5일만에 이민자 단속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들이 조지아주 의회에서 힘을 얻고 있다.
조지아주 하원 공공안전·국토안보위원회는 지난 27일 지역 경찰과 셰리프국에 ‘미국 시민이 아닌 사람으로 추정’되면 검문하고, 불체자일 경우 체포, 구금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HB 1105)을 통과시켰다. ‘외국출신 범죄자 추적·기록법’이란 이름의 이 법안은 하원 전체회의에 상정된다.
법안에 따르면 경찰과 셰리프국 등 법 집행기관 소속 요원들은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과 소통하며 불체자들을 가려내는데 협력해야 하며, 이를 어길 경우 처벌 받는다. 교정 당국 역시 ICE와 협력해 수감자들의 체류 신분을 조사, 불체자를 가려내고, 법원의 영장이 발부되면 추방할 때까지 구금해야 한다.
법안을 대표발의한 제시 페트레아(공화·사바나) 하원의원은 주 전역 지방정부 공무원의 절반 정도만이 ICE와 공조해 불법이민자를 식별하고 추방하는 데 협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페트레아 의원은 지난 1월 해당 법안을 발의했으나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레이큰 라일리 피살 사건을 계기로 패스트 트랙(신속 처리) 탄력을 받고 있다.
UGA 캠퍼스가 있는 애슨스가 지역구인 휴스턴 게인스 하원의원(공화)도 “지난 며칠간 형용할 수 없는 비극에 직면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법”이라고 법안 통과에 가세했다. 게인스 의원 역시 지난 21일 시 또는 카운티가 연방이민당국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지방정부의 주요 세금 수입원인 재산세 징수를 금지하는 법안(HB 1359)을 발의, 하원 소위를 통과한 상태다.
이들 법안은 텍사스주에서 제정된 초강경 이민단속법과 유사하다. 3월부터 시행되는 이 법은 경찰이 불법 입국자를 체포하고, 법원 판사에 추방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과 이민자 권리증진 단체들은 공화당이 대선을 앞두고 강도 높은 반이민 정책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고 비판한다.
민주당의 나빌라 파크스 상원의원(귀넷)은 “끔찍한 사건이 일어나면 당사자들을 악마화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번에도 이민자들을 범죄자나 악당으로 묘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비영리단체인 남부빈민법률센터(SPLC)의 이사벨 오테로 조지아 정책담당자는 “(의회가) 지방정부 경찰이 충분한 역량을 갖고 있는지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이민자 단속만 강요하는 셈”이라며 “여성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지아주는 지난 2011년에도 경찰에 불체자로 의심되는 사람을 검문하는 권한을 부여하는 287(g) 프로그램과 기업에 전자고용인증(E-Verify)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의 이민자단속법을 제정했으나 이후 많은 지방정부들이 이탈했다. 이후 귀넷과 캅 등 일부 카운티는 287(g) 프로그램 시행을 중단했다.
장채원 기자 jang.chaewon@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