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3일 조지아 주의회 의사당은 한인들이 가득했다. 샘박 의원과 홍수정 의원 들 주의원들이 ‘미주 한인의 날’ 결의안을 채택하고 현대, 기아 등 한인 비즈니스의 성과를 축하했다. 수백명의 주의원들이 기립하여 이홍기 애틀랜타 한인회장과 서상표 총영사 등 한인 대표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KAC 등의 한인단체는 모든 주의원의 책상에 한국 떡과 과자를 돌렸다.
지난 2월 15일에는 주의회 이사당에서 음력설 잔치(Lunar New Year at the Capitol)가 열렸다. 조지아주 아태계 코커스(Georgia’s Legislative AAPI Caucus)가 주최한 행사에는 음력설 결의안이 낭독되고, 주의사당에는 의원들이 중국음식을 즐기는 한편 사자춤(Lion Dance) 공연이 펼쳐지는 등 중국계 및 아시아계 이민자들로 가득찼다.
불과 10년전 보수적인 조지아주에서 상상도 할수 없는 일이었다. 1명에 불과했던 아시안 주의원은 현재 11명으로 늘어났고, 정치권은 선거 때마다 아시아계 표심에 호소하고 나섰다. 한인회, KAC, AAJA등 한인과 아시안 단체들의 노력으로 한인 커뮤니티의 정치력이 향상된 것이다.
그렇다면 한인들은 정치권과 이정도로 만족해야 하는가. 그렇지는 않아 보인다. 대통령 선거의 계절을 맞이해 올해도 한인타운에도 선거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인을 비롯한 아시아계 이민자들의 투표율 및 공직 선출 비율은 타인종에 비해 아직도 낮다. 통계에 따르면 백인 남자는 미국 인구의 30%를 차지하고 있지만, 미국 선출직 공직자의 62%를 차지하고 있다.
비영리단체 앨라배마 밸류(Alabama Values)의 아네샤 하디(Anneshia Hardy) 사무총장에 따르면, 이는 백인 남성의 투표율이 타인종에 비해 매우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백인 인구 및 젊은 인구의 투표율은 결코 높지 않다. 예를 들어 지난 선거에서 45세 이하 앨라배마 주민은 170만명에 달하지만 투표율은 50%에 불과했다. 반면 45세 이상 인구의 투표율은 70%에 달했다.
투표율이 낮은 것은 아태계 뿐만 아니라 비백인 인구 대다수의 문제다. 캘리포니아주 비영리단체 SCOPE의 어니 세라노(Ernie Serrano) 활동가는 “유색인종 인구는 뿔뿔이 흩어져 있고 정치에 참여하겠다는 동기도 낮다”며 “투표율이 낮으면 정치인들은 그 커뮤니티에 투자하지 않으며 오히려 배제를 한다”고 설명했다. 팬데믹 기간에 비백인 인구의 코로나19 입원 및 사망률이 백인 인구에 비해 높은 것도 정치권의 투자 및 홍보 부족의 좋은 예라고 그는 지적한다.
중국인회 전국위원회(National OCA, Asian Pacific American Advocates) 데비 첸(Debbie Chen) 부회장은 “아시아계 투표자의 잠재력은 아직도 잘 알려지지 않았고, 민주 공화 양당도 아태계 유권자에 아직 많이 신경쓰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퓨 리서치 센터에 따르면 아태계 이민자는 미국에서 가장 인구가 빨리 급증하는 커뮤니티이다. 예를 들어 텍사스주의 아태계 유권자들은 2010년에서 2020년 사이에 74%가 증가했다. 타민족 인구 증가율 21%에 비해 높은 수치다.
첸 부회장은 “반면 아시아계 커뮤니티 스스로도 투표의 중요성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선거는 여러분의 돈 문제”라고 설득한다. 여러분이 낸 세금을 어떻게 쓰는지, 그리고 도로, 학교, 도시 등 어떤 분야에 구체적으로 쓰이는지 결정하는 대표자를 뽑는 것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이러한 문제점을 파악한 중국계 커뮤니티는 일찍부터 센서스 참가 및 유권자 등록에 앞장서왔다. “선거철이 됐으니 투표합시다 정도로는 부족하다”며 “10년마다 센서스 인구 분포를 통해 선거구 재조정(redistricting)이 이뤄지면서 실질적으로 선거의 승부는 이때부터 결정되기 때””이라고 지적했다.
조지아주 아태계 이민자들의 사정이 10년전에 비해 훨씬 나아졌다고는 하나,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다. 조지아주에서도 현재 민주, 공화당 예비선거 사전 투표가 진행중이며, 곧 예비선거, 11월 본선거가 치러질 예정이다. 선거의 계절을 맞아 한인 유권자들도 목소리를 높여볼 때다.한인 유권자들의 힘을 정치인들에게 보여주는 첫걸음은 시민권 취득, 유권자 등록, 그리고 지역 정치에 대한 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