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넷 거주 한인 불체자 상당수 추정
최근 F1 학생비자→불체신분 많아져
조지아주 의회의 정기회기 시한이 이달 말로 다가온 가운데 초강경 이민자 단속법안들이 통과될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단속법이 제정되면 한인사회를 비롯한 이민 커뮤니티가 타격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조지아 주정부가 한국 기업들을 대거 유치해 경제적 효과를 톡톡히 누리면서도 이민자 인권 보호는 뒷전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주 상원 공공안전위원회는 지난 18일 지역 경찰과 셰리프국에 서류미비 이민자로 ‘추정되는’ 이들을 검문해 불체자일 경우 체포, 구금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HB 1105)을 통과시켰다. 조지아대학(UGA)에서 발생한 레이큰 라일리 여대생 피살 사건 이후 강경 이민자 단속법안들(HB 301, HB 1359)이 주 의회에 잇달아 상정됐다. 이민자 단속 의무를 소홀히 하는 법 집행기관이나 공무원은 고발당할 것을 감수해야 한다.
한인 변호사들은 서류미비 이민자를 단속하는 것이 강력범죄율을 낮추는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조지아 스와니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서조은 변호사는 주 의회에 상정된 단속법안들에 대해 “개인에 대한 불합리한 체포, 수색을 금지하는 수정헌법 4조에 위배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수정헌법 제14조(평등권 보호 조항)에 근거해 인종 차별을 조장할 위험이 크다고 판단되는 법은 가장 까다로운 검증을 거쳐 제정돼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서조은 변호사. 장채원 기자
둘루스에 있는 안로펌의 안찬모 대표 또한 “체류 신분에 관계 없이 헌법상 보장되는 신체의 자유 등 기본권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선 경찰이 불특정 주민을 불법이민자로 판단하는 ‘상당한 근거’를 영어 액센트나 피부색에서 찾는다면 소수 인종 누구나 피해를 당할 수 있다. 그는 “개인에 대한 무작위 이민 단속은 곧 부당한 인종 프로파일링(인종에 기반한 범죄 수사)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범죄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유색인종과 불법 이민자를 연관짓는 정치권의 편견은 이민 커뮤니티에 위축감과 공포심을 심어줄 수 있다.
LA에 기반을 둔 불체자 포털 사이트인 ‘그늘집’의 제임스 하 대표는 “서류 미비자 단속 강화는 이민사회에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사회 참여나 경제 활동을 소극적으로 만드는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했다. 서 변호사 역시 “부부싸움 등 가정 내 다툼이 커져도 이웃에서 경찰 신고를 할까봐 미리 겁먹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정책연구소(MPI)의 2019년 통계에 따르면 전국 한인 서류 미비자는 17만 3000명이다. 이중 조지아주는 8000명 정도로 캘리포니아(5만8000명), 뉴욕(1만8000명), 뉴저지(1만4000명), 텍사스(1만1000명) 등의 뒤를 이었다. 조지아에서 한인 서류미비자가 가장 많은 곳은 귀넷 카운티로 3000여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5년이 지난 현재 이 숫자는 더욱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서 변호사는 “과거 캐나다와 미국 국경수비대가 배치되지 않았던 시기를 제외하면 소위 ‘보더 점핑'(border jumping)으로 일컬어지는 불법 월경 사례는 한인들에게 흔치 않다”며 “대부분 관광 또는 학업 등 단기 비자 소지자가 법정 체류 기간을 넘겨 불법 신분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최근 수년간 학비나 생활비 부담이 높아지고 취업난까지 겹치는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해 F-1 비자(학생비자)의 체류신분 조건 위반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채원 기자 jang.chaewon@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