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체 등록 유권자는 21대 총선과 비교해 17% 감소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재외투표 첫날인 27일 미국 주요 지역에 마련된 투표소에서는 사전 등록한 유권자들이 귀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미국 지역 재외국민 투표는 주미 대사관이 있는 수도 워싱턴DC를 비롯해 애틀랜타, 뉴욕, 로스앤젤레스(LA),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시카고 등지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오는 4월 1일까지 진행된다. 다만 일부 지역 투표소는 오는 29일부터 31일까지 사흘간 운영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총선 투표에 등록한 미국 현지 영주권자와 일시 체류자 등 재외선거 유권자는 모두 3만3천615명이다. 지난 21대 총선 당시 등록 유권자(4만562명)와 비교하면 17% 가량 감소한 수치다.
하지만 재외투표를 위해 사전 등록한 유권자 중에는 이날 오전 이른 시간부터 투표소를 찾아 선거 참여 의지를 보여주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애틀랜타 한인회관에서는 오전 8시부터 제22대 국회의원을 뽑기 위한 재외선거가 시작됐다. 서상표 애틀랜타 총영사를 비롯한 동남부 재외선거 유권자들이 이날 오전부터 투표소를 찾았다.
한 유권자는 “투표 상황이 워낙 치열하기 때문에 재외국민으로서 투표를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른 시간부터 투표소를 찾게 됐다”고 전했다. 한 80대 유권자는 “한국이 여러 가지 정치적으로 안 좋은데,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투표하러 왔다”고 말했다.
한인들이 밀집한 서부 주LA총영사관 투표소에서도 이날 오전 8시 투표소가 열리기 전부터 10여 명이 먼저 도착해 줄을 섰다. 이어 오전 내내 투표소를 찾는 유권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27일 오전 주로스앤젤레스(LA)총영사관 투표소에서 한 유권자를 투표함에 투표 용지를 넣고 있다.
오전 9시께 투표를 마친 김모(80) 씨는 미국에 온 이후 23년간 빠짐없이 재외투표를 해왔다면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주권을 행사하는 것이 국민이 마땅히 해야 할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그것이 우리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내 나라를 지키는 일”이라며 “나는 이제 얼마 못 살지만 내 손자들과 그 후손들, 우리 민족이 잘 살 수 있는 길을 정치인들이 모색해 줬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역시 이곳에서 투표를 마친 조명철(24) 씨는 영국에서 대학교 교환학생으로 공부하던 중 잠시 미국으로 여행을 와 가까운 투표소를 찾게 됐다고 했다. 여행을 계획했을 때부터 선거 일정에 맞춰 사전 등록을 한 것이다.
그는 성인이 돼 선거권을 갖게 된 이후부터 계속 투표를 해왔다면서 “선거는 내가 원하고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가 당선이 안 되더라도 내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국가에 어필할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대들이 미래에 대해 아주 불안해하지만, 상대적으로로 나이 많으신 분들에 비해 유권자 수가 적다 보니 정치권에서 크게 신경을 안 쓴다고 생각했다”며 “앞으로 정치인들이 청년을 위한 정책을 많이 만들어 준다면 청년들이 정치에 좀 더 관심을 가질 수 있고 나라가 발전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 10여년째 살고 있다는 오드리 박(71) 씨는 투표하러 1시간여 동안 차를 몰고 왔다면서 “차가 엄청나게 막혔는데 그래도 꿋꿋이 왔다”며 웃었다.
박씨는 이어 “대한민국이 내 조국이니 그저 잘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미국에 있지만, 당당하게 한국 사람이라고 밝힐 수 있도록 정치인들이 나라를 잘 이끌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7일 오전 주로스앤젤레스(LA)총영사관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나란히 투표를 마치고 나온 안모(37)·정모(37) 씨 부부는 미국에서 1년간 유학 생활 중이지만 “국민의 당연한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고 생각해 차로 1시간 거리의 투표소를 찾았다고 했다.
이들은 “국회의원들이 국익을 가장 우선시해야 하고, 당파 싸움보다는 국익을 위해 한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국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심각한 문제로 저출산을 꼽으면서 “정치인들이 크게 관심이 없거나 너무 피상적인 접근을 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과, 아기를 이제 낳을 수 있는 세대의 얘기는 전혀 듣지 않는 것 같다”며 “그런 얘기에 귀를 잘 귀 기울여서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 주면 좋겠다”고 했다.
LA총영사관 관할 지역에는 모두 4곳에 투표소가 설치됐다.
총영사관에 마련된 재외 투표소는 이날부터 6일 동안 문을 열고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와 샌디에이고카운티, 애리조나주 마리코파카운티의 투표소는 29일부터 사흘간 운영된다.
샌디에이고에 사는 한 50대 유권자는 가까운 투표소가 열리는 시기에 다른 일정으로 투표하기 어려운 탓에 이날 2시간 넘게 차를 몰고 와 LA총영사관 투표소에서 한 표를 행사하기도 했다.
주샌프란시스코총영사관 관할 지역인 북부 캘리포니아주와 와이오밍주, 콜로라도주, 유타주 등에는 모두 4곳에 투표소가 설치됐다. 총영사관 내 투표소는 내달 1일까지 6일간, 실리콘밸리가 있는 새너제이와 새크라멘토, 콜로라도 투표소는 29일부터 사흘간 운영된다.
주샌프란시스코총영사관 관계자는 “투표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관할 지역) 유권자 절반 이상이 새너제이에 거주하고 있어 29일부터 새너제이 투표소에 유권자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조현동 주미 한국대사가 27일 버지니아주 워싱턴DC와 뉴욕 등 동부 지역 유권자들도 각 공관에서 마련한 투표소를 찾아 한 표를 행사했다.
조현동 주미 한국대사는 이날 버지니아주의 재외투표소에서 한 표를 행사했다.
조 대사는 투표를 마친 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재외선거가 오늘 시작됐다”면서 “해외에 계시지만, 주권자로서 신성한 한표를 행사하셔야 되기 때문에 모든 재외동포들이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해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버지니아주 재외투표소에는 이날 비가 오는 가운데서도 오전 9시 반까지 30여 명이 투표를 마쳤다.
페어팩스에 거주하는 추모 씨는 “한국은 어디에 내놔도 자랑스러운 나라가 됐고 그래서 한 표를 행사하러 왔다”고 말했다.
뉴욕총영사관은 뉴욕 맨해튼의 공관 투표소와 퀸스 베이사이드, 뉴저지주 팰리사이드파크, 뉴저지주 테너플라이 등 총 4곳에서 투표소를 운영한다. 공관 투표소를 제외한 나머지는 29∼31일 운영한다.
이날 오전 맨해튼 총영사관 회의실에 마련된 투표소는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다.
총영사관 관계자는 “맨해튼에 직장이 있는 유권자들이 주로 오전 일찍 방문해 투표를 마치고 갔다”며 “다수 유권자는 교민 밀집 거주지역인 추가 투표소 3곳에서 한 표를 행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날 미주 지역 재외 투표는 대체로 순조롭게 진행됐으나, 일부 유권자들은 재외선거인 신분을 입증하는 영주권과 비자 원본 등을 지참하지 않아 아쉽게 발길을 돌려야 했다.
신분증은 여권, 주민등록증, 공무원증, 운전면허증 등이 허용된다. 주민등록이 돼 있지 않은(혹은 말소된) 유권자의 경우 비자, 영주권 증명서 등 국적확인 서류를 가지고 가야 한다.
애틀랜타 한인회관(5900 Brook Hollow Parkway)에 마련된 투표소는 다음달 1일까지 6일 동안,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된다. 몽고메리(1737 Eastern Blvd), 올랜도(5079 Edgewater Dr), 랄리(8905 Ray Rd #1234)의 재외투표소는 오는 29일부터 31일까지 3일간 운영된다.
본인이 속한 지역구의 후보, 공약 등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info.nec.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연합뉴스 / 윤지아 기자
뉴욕 총영사관의 재외투표 안내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