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형사재판을 담당하는 판사의 딸을 적대적 정치세력 일원으로 규정하는 글을 올렸다가 다른 판사의 ‘돌직구’ 비판에 직면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자신의 ‘성추문 입막음 돈 지급 의혹’ 형사사건을 담당하는 후안 머천 판사를 비판하면서 동시에 머천 판사의 딸에게도 화살을 날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머천 판사 딸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광적인 트럼프 혐오자”로 규정한 뒤 그녀가 조 바이든 대통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애덤 쉬프 하원의원(민주·캘리포니아)과, “과격한 좌파”들을 위해 일한다고 썼다.
‘재판의 공정성 결여’를 주장하기 위해, 판사 가족까지 공격 대상에 포함한 것이다. 판사 딸의 실명을 거론한 것은 트럼프 열성 지지자들에게 유무형 공격의 ‘좌표’를 찍어준 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최근 머천 판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이번 재판 관련 증인과 검사, 법원 직원, 배심원 등을 비방하지 말라며 함구령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대해 워싱턴 D.C. 연방 법원에 재직 중인 래지 월튼 판사는 29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누군가가 판사에 대해 논평하는 것은 매우 당혹스러운 일”이라며 “그런 논평이 위협의 형태를 띠고, 특히 판사 가족을 향할 때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월튼 판사는 “우리는 법치를 서약했고, 법치를 믿기 때문에 이 일(판사)을 하는 것”이라며 “판사들이 잠재적인 물리적 가해 위협 없이 임무를 수행할 준비가 돼 있을 때만 법치가 효과적으로 기능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월튼 판사는 또 머천 판사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함구령을 내린 것은 “옳은 일을 한 것”이라며 옹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함구령이 언론의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제1조에 따른 권리를 침해하는 위헌적인 발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선 직전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와의 과거 성관계 폭로를 막기 위해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을 통해 입막음 돈을 지급한 뒤 그 비용과 관련된 회사 기록을 조작한 혐의로 지난해 3월 재판에 넘겨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