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적 복수국적자 한인 2세가 최근 해군사관학교 입학통보를 받았지만, 국적이탈 시기를 놓쳐 애를 태우고 있다. 얼마 전 한인 이모씨는 아들의 해사 합격 소식 이후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사관학교 입학이나 졸업 후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서는 아들의 선천적 복수국적이탈이 필요해서다.
이씨는 “12학년 아들이 갑자기 해군사관학교에 지원했고 얼마전 입학 통보를 받았다”고 전한 뒤 “현재 19세인 아들은 18세 때 국적이탈 신청을 못 했다. 지금이라도 예외적 국적이탈 허가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수소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들이 힘들게 해군사관학교에 합격했지만 예외적 국적이탈 절차가 너무 복잡하다”고 덧붙였다.
이씨 아들처럼 선천적 복수국적제도 부작용으로 한인 2세들의 피해가 끊이질 않고 있다.
한국 국적법에 따르면 한인 2세가 태어날 당시 부모 중 한 사람이라도 한국 국적자면 한국에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도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된다. 선천적 복수국적자 남성이 병역의무를 면제받기 위해서는 18세가 되는 해 3월 말까지 재외공관에 국적이탈을 신청해야 한다. 국적이탈 신청 전에 신청자 부모의 한국 혼인신고, 본인 출생신고도 완료해야 한다.
한인사회의 헌법소원 이후 지난 2022년 10월부터 한국 정부는 ‘예외적 국적이탈’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18세 때 국적이탈을 하지 못한 선천적 복수국적자와 가족이 반기기도했다.
LA총영사관에 따르면 예외적 국적 이탈이 시행된 2022년 10월부터 현재까지 신청 사례는 30건 정도다. 국적심의위원회는 이중 일부만 허가했을 뿐 대부분 심의 중이다. 예외적 국적이탈제도는 신고가 아닌 허가제라서 자격이나 심의과정이 지나치게 까다롭기 때문이다.
신청 자격은 ▶외국에서 출생한 뒤 계속 외국에 주된 생활 근거를 뒀거나 ▶6세 미만일 때 외국 이주 후 계속 거주한 사람이어야 한다. ▶제때 국적이탈을 하지 못한 정당한 사유와 ▶복수국적으로 인한 직업 선택의 제약이나 불이익을 객관적 자료로 증명해야 한다.
국적법 개정 운동을 펼치는 워싱턴DC 전종준 변호사는 “예외적 국적이탈을 신청한 선천적 복수국적자 상당수가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이유로 거절되고 있다”며 “국적심의위원회(30명) 심의와 허가 과정도 1년이나 걸린다. 미국 정부기관 등 현지 주류사회에 진출하려는 2세들 미래를 한국 정부가 짓밟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3월 뉴욕·뉴저지·퀸즈·코네티컷한인회 등 동부지역 한인단체들은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미국 공직 진출이나 직업 선택에 제한을 받는다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국적법 개정을 청원했다.
LA지사 김형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