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민 다수가 신뢰하는 공영 라디오 NPR이 이례적으로 언론 매체의 정치적 편향성을 둘러싼 논란의 중심에 섰다.
조직의 ‘정치적 편향성’을 거론하는 외부 기고를 한 중견 에디터가 정직 처분을 받은 뒤 사표를 던진 일이 미국 언론계에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언론계에 종종 발생할 수 있는 일이나 주목을 받는 것은 공정한 보도로 정평이 난 NPR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이다.
발단은 NPR 재직 경력 25년의 산업 담당 에디터 유리 벨리너가 최근 ‘프리 프레스’라는 온라인 매체 기고문에서 “NPR이 진보주의자들에 의해 장악돼 있으며, 더 이상 열린 사고를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 일이었다.
그는 “우리가 추구할 기사들과 그것들이 어떤 틀로 규정되어야하는지에 대한 암묵적 공감대가 있다”면서 내부적으로 우려를 제기했으나 변화는 없었고, 오히려 ‘별종’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NPR은 허가없이 외부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벨리너에게 5일 정직의 징계를 내렸고, 그에 반발한 벨리너는 17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에 캐서린 마허 NPR CEO의 정치적 편향성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사임의 변을 올렸다.
그런 뒤 마허 CEO가 2018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을 인종차별주의자로 칭한 글과 2020년 대선 직전 바이든 캠프 모자를 쓴 자신의 사진 등을 X 계정에 올린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쟁은 더 커졌다.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를 포함한 미국 주요 매체들이 이 사안을 보도하는 등 미국 사회에서 적지 않은 관심을 받고 있다.
1970년 2월 ‘공공방송법’에 근거한 비영리 재단으로 출범한 NPR은 운영 비용 일부를 공공기금에서 지원받는 공영 방송으로, 불편부당한 보도와 정확성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개별 매체의 내홍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치우치지 않은 매체’로 각인되어온 NPR의 내부로부터 정치적 편향성 관련 문제 제기가 이뤄진 것은 언론계를 포함한 미국 사회 전반의 정치적 양극화 심화를 단적으로 보여준 일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 양상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