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년 베트남전 반전운동 상징
동부 명문대인 컬럼비아대가 가자 전쟁을 규탄하는 대학가 반전 운동에 불씨를 붙이면서 베트남전 이후 56년 만에 다시 ‘저항하는 젊은피’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뉴욕타임스(NYT), AP 통신에 따르면 뉴욕의 컬럼비아대 재학생들은 지난 18일을 기점으로 미 대학가에서 들불처럼 번진 가자전쟁 규탄시위에 기폭제가 됐다.
그간 미국에서는 벌써 6개월째를 넘어선 가자전쟁을 놓고 각각 친이스라엘, 친팔레스타인 시위가 맞붙으면서 두쪽으로 갈라진 진영 갈등으로 몸살을 앓았다.
특히 동부 아이비리그의 명문대 총장들은 학생들의 반이스라엘 시위로 자칫 이스라엘의 입김이 강한 정치권에서 미운털이 박힐까봐 전전긍긍해왔다.
이런 분위기 속 지난 18일 컬럼비아대의 팔레스타인 지지 학생들은 캠퍼스에서 기습적으로 ‘텐트 농성’에 돌입하면서 ‘행동하는 상아탑’의 최전선에 섰다.
전날 네마트 샤피크 총장이 하원에 나가 “반유대주의는 우리 학교에 발을 붙이지 못할 것”이라고 공언한 데 맞서 학생들이 정면 대응에 나선 것이다.
이들 학생은 샤피크 총장실 근처 잔디밭에 밤사이 천막 수십개를 설치하고 “이스라엘은 학살을 중단하라”고 외치며 사실상 점거 농성에 들어갔다.
밤샘 협상이 결렬되면서 캠퍼스 내에서 야영하며 시위 중인 학생들. 로이터
캠퍼스내 반유대주의를 방치하지 말라는 의회 압박에 시달려온 샤피크 총장은 즉각 경찰을 부르는 초강수를 뒀고, 이들 학생 중 100여명이 연행된 것은 학생들의 저항에 불을 당기는 도화선이 됐다.
학문과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야 할 캠퍼스가 경찰에 짓밟혔다는 반발심에 다른 대학에서도 들불처럼 이스라엘 규탄 시위가 번져나갔기 때문이다.
컬럼비아대가 이처럼 반전 운동의 선봉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컬럼비아대에서는 베트남 전쟁이 극단으로 치닫던 1968년에도 학생 수백명이 캠퍼스 건물 5곳을 점거하고 반전 시위를 벌였다.
당시 일주일 만에 경찰 수천명이 캠퍼스에 진입해 강경 진압에 나서면서 700명을 체포했고, 이 과정에서 100명이 넘는 학생과 경찰이 다쳤다.
컬럼비아대는 유대인, 아랍인 재학생이 많은 대학 중 하나로, 중동 연구를 선도하고 있으며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과 이중학위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기도 하다고 NYT는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