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이민정책 속 “일자리 많다는 소문듣고 몰려와”
조지아주는 불법 이주민들을 결코 환영하지 않는다. 지난 2월 조지아대학(UGA) 캠퍼스에서 일어난 여대생 레이큰 라일리 피살 사건 이후 불법 이주민들을 대하는 분위기는 더욱 적대적으로 바뀌었다.
조지아는 불체자들에게 운전면허증을 발급하지 않는 전국 31개 주중 하나다. 또 일부 기업들이 연방 정부의 전자 고용인증(E-Verify)을 요구하는 10개 주중 하나다. 2018~2023년 기간 조지아의 이민법원 거부율은 88.6%로 네브래스카, 노스캐롤라이나에 이어 전국 세 번째로 높다.
최근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는 지역 경찰과 셰리프가 범죄 혐의자의 체류신분을 확인하도록 의무화하고, 불체자일 경우 이민세관단속국(ICE)에 넘기는 법안에 서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같은 적대적 정책에도 불구하고 조지아로 향하는 이주민들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손쉽게 일자리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조지아의 실업률은 전국 평균 3.8%보다 훨씬 낮은 3.1%를 유지했다. 전기차를 비롯, 혁신산업 일자리는 물론 육가공, 카펫 등 전통적인 제조업 일자리도 풍부하다.
불법 이주민들은 레이큰 라일리 피살 사건으로 인한 반 이민정책 강화 분위기 속에서도 경제적 기회를 잡을 수 있기 때문에 기꺼이 조지아를 택한다. 지난해 9월 멕시코를 거쳐 3자녀와 함께 미국 국경을 넘은 베네수엘라 출신 남성은 친구의 권유에 따라 게인즈빌에 정착했다.
그는 “일자리 얻기가 너무 쉬웠다”며 현재 노동허가 없이 일하고 있다. ‘가금류 산업의 수도’라고 불리는 게인즈빌 지역의 실업률은 2.3%에 불과하다. 도처에 이민자들을 필요로 하는 닭공장들이 즐비하다.
이처럼 베레수엘라 출신 이주민들은 새로운 물결을 이루고 있다. 본국의 정치적, 경제적 혼란을 피해 미국에 들어와 난민 신청을 하면 절차상 보통 1년이 넘게 걸린다. 그 기간에 이들은 미국에 터를 잡고 살아간다.
애틀랜타에 있는 라틴아메리카협회의 산티아고 마르케즈 CEO(최고경영자)는 “친구나 친척들로부터 일자리가 많다는 소문을 듣고 (조지아로) 몰려온다”고 전했다.
베네수엘라 출신은 2022년 이후 게인즈빌이 속한 홀 카운티의 신규 이주민그룹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레이큰 라일리 피살 사건 이후 로컬 이민법 변호사인 알렉스 코르네호에게는 교통법규 위반과 같은 경범죄로 체포된 이주민들의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체포된 이주민들 중 일부는 ICE 구치소로 송치됐다.
요즘 게인즈빌에 몰려든 많은 베네수엘라 출신 이주민들은 힘겨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월 국경을 넘어 아내와 세 딸을 데리고 이 곳에 도착한 27세의 한 베네수엘라 이주민은 푸드뱅크에 의존하면서 아침마다 수퍼마켓 주차장에서 하루 일거리를 얻기 위해 기다린다. 그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어 돈을 벌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본국에 있는 부모님들을 돕는게 나의 꿈”이라고 말했다.
김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