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튜브와 소셜미디어를 보면 온통 다이어트와 외모관리 이야기다. 몇년전 ‘얼짱’으로 시작된 것이 이제는 ‘몸짱’을 거쳐 ‘바디프로필 촬영’ 등 외모관리 열풍까지 이어지고 있다. K팝 스타와 같은 외모를 갖고 싶다며 다이어트와 운동을 권하는 매체도 많다. 반대로 과체중과 비만을 ‘게으름’과 ‘자기관리 부족’, 심지어 ‘불성실함’으로 취급하는 분위기도 계속되고 있다. 이른바 비만 혐오 현상(Fat Phobia)이다.
이러한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영국의 심리치료사인 수지 오르바흐(Dr. Susie Orbach) 박사는 이미 1978년 ‘비만은 페미니즘 문제’ (Fat is a Feminist Issue)라는 책을 펴낸 바 있다. 고(故)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심리치료사로도 유명한 그는 “1970년대 당시만 하더라도 ‘더 작게 더 작게’ (be smaller and smaller)를 외치는 시각문화(visual culture)가 유행할 줄 몰랐다”며 “TV가 보편화된 1990년부터 TV드라마 ‘프렌즈’에 나오는 패셔너블한 뉴요커처럼 세련되고 날씬해지려고 하며, 과도한 다이어트로 인해 여성의 불임이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TV로 인해 시작된 ‘외모지상주의’와 ‘비만 공포증’은 오늘날 소셜 미디어가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CHEO 연구그룹의 개리 골드필드(Dr. Gary Goldfield) 박사는 지적한다. 비만연구그룹을 대상으로 연구를 실시한 그는 “소셜 미디어는 마약만큼 중독성이 있다”며 “틱톡,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은 공격적인 알고리즘을 이용해 아이들을 하루에 6시간에서 8시간 동안 묶어둔다”고 설명한다. 그는 “청소년기는 몸매 이미지가 자존감에 있어 중요한 시기”라며 “소셜미디어는 외모가 예뻐야 사회적 인정과 수용을 받을 수 있다는 착각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많은 청소년들이 체중을 감량하려다 식사장애를 겪고 있다.
문제는 소셜미디어에 노출되는 연예인들이나 인플루엔서의 날씬한 이미지는 가공된 모습이라는 것이다. 블로거 재스민 캐닉(Jasmyne Cannick)은 유명 흑인 연예인 리조(Lizzo)를 예시로 든다. 풍만한 몸매의 가수 리조는 “나는 플러스 사이즈 걸(plus size girl)이다. 나는 내가 입고 싶은 걸 입는다”고 말해 비만인들의 환호를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그는 최근 다이어트 약 오젬픽(Ozempic)을 복용해 살을 뺐다고 선전하고 있으며, 날씬한 사람들만이 입을 수 있는 옷 브랜드(Yitty)를 출범했다. 이러한 연예인들의 외모 변신은 청소년들을 더욱 외모 가꾸기에 빠지게 만든다.
‘외모 가꾸기’와 ‘비만 혐오증’을 해결할 가장 빠른 방법은 그냥 다이어트가 아니라 ‘소셜미디어 다이어트’다. 골드필드 박사는 “소셜미디어 사용을 50% 줄인 실험 결과 청소년들의 신체 자존감이 유의미하게 향상됐다”며 “소셜미디어 제한은 자신의 신체 인식에 있어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분석했다.
최근 외모지상주의와 비만 혐오증은 한인 청소년들도 예외는 아니다. 오르바흐 박사는 “내 몸 그대로를 알고, 나의 식성 그대로를 알자. 그래서 내 몸이 아니라 내 정신을 살찌우자”고 권했다. 학부모들은 이에 대해 자녀들의 있는 그대로 자신의 몸을 받아들일 것을 가르쳐야 할 것이다.